한·중FTA 상생기금 1조…원유철 "과도했다면 조율"

머니투데이

구경민 박경담 박다해 정혜윤 기자

여야가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비준 과정에서 합의한 1조원 규모의 농어촌상생기금 조성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돈을 내는 주체와 조성방법 등 기금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재계는 1조원의 상생기금 조성에 대해 준조세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준조세는 조세 이외에 기업들이 비자발적으로 내는 각종 기금과 부담금, 성금 등을 말한다. 정치권에선 '자발적인 기부'라고 명시했지만 재계는 그동안 반강제적 할당 방식으로 이뤄진 기금 조성 관행을 우려하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새누리당에서는 사실상 야당이 제기해온 무역이익공유제 도입을 받아들임으로써 정부 재정과 기업에 부담을 주게 됐다는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논란이 더 확대될 경우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은 1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피해보는 농어민들을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하는 좋은 의미로 했는데 그게 과도했다면 조율해야 되지 않겠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30일 한·중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앞두고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FTA를 할 때마다 이렇게 재정을 축내는 짓을 하는데 이러다가 대한민국 재정이 큰일 날 것 같다"며 "차라리 FTA를 하지 않는 게 낫겠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각에서는 연내에 FTA가 발효되기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해명이 흘러 나왔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재계의 비판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FTA 비준과 상생기금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야당이 상생기금을 받아주지 않으면 비준안을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했고 국익을 위해서도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일단 논란이 확대되자 정부는 여야 협의에서 한발 나아간 구체적인 방안을 내놨다. 재단 형태의 기관을 설립, 기금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1일 예정에 없던 '한·중 FTA 비준 관련 배경브리핑'을 열고 대중소협력재단 안에 사업본부를 만들어 민간기금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정규돈 기재부 대외경제국장은 "상생기금은 별도 재정지원을 하지 않는 민간기금"이라며 "기업에게 세액공제와 손금산입을 동시에 주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때문에 충분히 달성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 국장은 "지난 2010년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의해 재단을 만들었다"며 "재단을 통해 기부금 손금산입과 7% 세액공제 혜택을 이중으로 처음 제공하기 때문에 강력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 재단에 출연할 때 직접 기업이 지원대상을 정할 수 있게 하고 재단 통장에 지원금을 넣어두면 목적에 맞게 사업을 집행하는 것"이라며 "지출한 금액은 재단에서 후에 정산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총액이 있지만 할당이 아니고 수출 기업에 부담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로써 민간기업, 공기업, 농·수협 등의 자발적 기부금을 재원으로 매년 1000억원씩 10년간 총 1조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한다는 방안이다.

정부의 발표에도 불구, 자발적 기부로 1조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특히 기업의 자발적 기부로 기금을 충당하지 못할 경우 부족분을 국가가 충당해야할 여지가 있어 국가 재정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야의 한·중 FTA 비준안 합의문 말미에 삽입된 "만일 자발적 기금조성액이 연간 목표에 미달할 경우 정부는 그 부족분을 충당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한다"는 문장을 두고는 여야가 일부 해석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해당 문장은 야당의 강력한 요청으로 합의문에 삽입됐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기업이 사회공헌활동을 하는데 (FTA 관련 기부금을 내면) 인센티브가 있으니까 다른 곳에 내는 것보다 득이 되지 않겠나"라며 "민간기업, 공기업, 농수협 간 비율을 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기금이 모자랄 경우 정부가 필요한 예산이나 기금 지원 등을 통해 1000억원을 충당하냐는 질문엔 "필요한 조치를 강구한다고 돼 있을 뿐"이라며 "필요한 조치는 예산 상 지원이나 제도적인 도움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며 예산지원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반면 최재천 새정치연합 정책위의장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이종걸 원내대표가 마지막 문장을 직접 작성한 것으로 협상 막판에 이 문장을 넣느라 진통이 있었다"며 "(목표금액보다 기부금이 모자랄 경우) 기금 모금이나 예산지원을 통해 1000억원을 정부가 반드시 충당키로 명시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