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마이너스…삼성전자 주식 사면 '바보'?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삼성전자 주식이 3년째 마이너스입니다. 무슨 삼재(三災)도 아니고...일반 개미투자자들이 살 주식이 아닙니다. 성장주 아니고 배당주도 아니예요.”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 주식이 3년째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삼성전자 주가는 5% 떨어져, 2013년(–9.9%)과 2014년(–3.3%)에 이어 3년 연속 하락했다. 한국 증시 시가총액 1위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미국 증시에서도 시가총액 1위인 애플이 지난해 4.6% 하락했으니 삼성전자만 '미운 오리 새끼'는 아니다. 하지만 애플은 2008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였고 삼성전자가 –3.3% 하락한 2014년에도 무려 37.7%나 올랐었다. 결국 애플과 비교해도 나아질 건 없다.

그런데 애플은 주가가 하락했다고 미국 언론이 마치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과 달리 한국 증시의 대표주자인 삼성전자는 3년이나 연속 하락했는데도 우리 언론은 대수롭지 않게 본다. 하도 하락하니까 이제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걸까 아니면 그냥 쉬쉬하는 걸까?

민간 풍속에서 삼재(三災)가 들면 3년간 재수가 없다고 말한다. 주식시장에서 3년 연속 주가가 하락했다면 삼재가 든 게 분명하다. (참고로 삼성전자의 창립일은 1969년 1월(음력 1968년 11월)로 원숭이띠(음력으로)에 해당된다. 원숭이띠의 삼재는 2010년~2012년과 2022년~2024년에 있다.)

삼성전자라고 해서 해마다 주가가 올라야 되는 법은 없지만 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점은 주식투자에서 꾸준한 수익을 기대하는 일반 개미투자자들을 실망시키고 그들을 멀어지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실제로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는 지난해 개인들이 가장 많이 팔아 치운 종목 상위 3위(금액기준)에 올라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 통틀어 2100개가 넘는 종목 가운데서 순매도 3위라는 사실은 삼성전자가 개인들로부터 얼마나 많이 외면 받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외국인도 삼성전자를 외면하기는 개인과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외국인 순매도 1위는 바로 삼성전자였다.

최근 여의도에서 만난 매미(펀드매니저 출신의 전문투자자) P씨도 삼성전자에 대해 “성장도 정체돼 있고 배당(수익률)이 높은 것도 아닌데 개미들이 뭣하러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 주식을 사느냐”며 삼성전자는 개미들이 살 종목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그는 “지수를 따라가야 하는 기관투자자야 트래킹 에러(tracking error)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삼성전자를 편입해야 하지만 개인들은 그럴 이유가 없다”며 개인이 삼성전자 주식을 사면 ‘바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해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 순매수 1위 종목은 삼성전자였다. 개인들은 철저히 팔아 치웠지만 기관투자자들은 꾸준히 쓸어 담으며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매미 P씨의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에 대한 투자의견은 일반적인 개미투자자들의 견해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 수익률이 최근 3년간 좋지 못했던 것에 대한 일종의 실망에서 기인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머니투데이가 금융투자업계 전문가 28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삼성전자는 8년 연속 자녀에게 물려줄 주식 1위에 올랐다. 개미들은 이미 삼성전자를 '왕따' 취급하고 있는데(순매도 3위) 전문가들은 여전히 자녀에게 물려줄 주식 1위라고 답하다니, 도통 어리둥절하다 .

실제로는 사지 않고 오히려 팔아치우면서도 말로만 삼성전자를 최고의 주식으로 치켜세우는 걸까? 아니면 개미들이 틀린 걸까?

단기적으로, 만약 삼성전자가 삼재가 들었었다고 한다면 올해는 삼재에서 벗어나는 해이므로 더 이상 주가 하락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삼재라는 미신을 믿지 않는다 해도 설마 삼성전자가 4년 연속 하락하리라고는 믿기 어렵다. 그래서 올해는 삼성전자의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장기적으론, 전문가의 답변처럼 삼성전자를 10~20년 후 자녀에게 물려줄 주식으로 보고 장기 투자한다면 종국에 가서는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전문가들이 10~20년 후 장기적 관점에서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에 투자하라고 조언해도 당장 주가가 계속 약세를 면치 못한다면 개미들을 다시 삼성전자로 돌아오게 만들기 힘들다. 벌써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는 올해들어 첫주 만에 7%나 하락했다.

더군다나 한미사이언스 (33,500원 ▲200 +0.60%)(771%)나 한미약품 (310,500원 ▲500 +0.16%)(684%씩)과 같이 몇 배의 수익을 낼 종목들이 존재한다면 개미들이 굳이 삼성전자 주식에 눈길을 돌릴 이유가 없다.

실제로 주위에서 주식을 좀 한다는 개미들에게 물어봐도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 주식을 사는 사람을 거의 볼 수 없다. 그만큼 삼성전자는 개미들 사이에선 이미 '잊혀진 왕'(forgotten king)의 존재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삼성전자 주식을 사십니까? 한국증시에서 '왕의 귀환'(The Return of the King)은 언제쯤 이뤄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