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 만학도' 된 박원순 시장이 새벽반 다닌 사연

중국을 순방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2일 오후 중국 베이징루(北京路) 보행전용로에서 걸그룹 미쓰에이(Miss A) 멤버 페이, 지아와 함께 플래시몹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지난해 8월 박원순 서울시장은 중국 베이징 최대 번화가인 왕푸징(王府井) 거리에서 빨간 바지를 입었다. 지난 여름 메르스 공포로 반토막난 서울 관광을 되살리겠단 취지로 베이징으로 떠난 박 시장은 "빨간 바지를 입는 것은 평소에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중국인들이 빨간색을 좋아해 강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빨간 바지를 입게 됐다"고 말했다.

6일 서울시 비서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시장은 베이징에서 돌아온 다음달인 9월부터 12월까지 중국어 학원 새벽반을 다니며 중국어를 배웠다. 수강생들과 함께 자극을 받으며 중국어를 배워야 한다고 별도로 과외를 받지 않고 직장인들이 다니는 새벽반을 끊었다.


박 시장은 처음엔 종각역 인근 학원에서 새벽 6시 50분부터 1시간 가량 수업을 들었다. 바쁜 서울시장 업무상 조찬 등 일정이 많아 주 2~3회 가량 수업에 참석했다. 평소 서울시장 공관을 출발하는 시간보다 1시간 빨리 움직여야 소화할 수 있는, 올해 환갑이 된 만학도(晩學徒)의 열정이었다.

그마저도 소화하기 어렵게 되자 박 시장은 10월부터는 아예 서울시청 앞 중국어 학원으로 옮겼다. 주중반을 주말반으로 옮겨 집중 수강을 하는 전략으로 바꿨다.

주중에는 틈날 때마다 중국어 책을 꺼내 들었다. 지난해 11월 서울 마포구 상수동에서 열린 북토크쇼에서 공개된 그의 가방에선 물 한 병과 수첩, 중국어 교재가 나오기도 했다.

서정협 서울시 비서실장은 "시장님이 몽골 출장에 다녀오던 비행기 안에선 안 주무시고 중국어 책을 보시더라"며 "학원을 많이 빠져서 이렇게 해야 따라갈 수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평소 중국의 경제성장을 눈여겨보고 기업 상호투자와 중국 관광객 유치로 동반성장을 해야한다고 강조해왔다. 또 서울시장의 업무상 해외 인사 방문이 많기 때문에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해당 국가의 언어를 배운다는 것이 측근들의 이야기다.

서울시 비서실의 한 관계자는 "중국에서 오는 사절단도 많고 출장도 많다"며 "해당 언어로 소통할 때 친밀도가 높아지고 대화가 잘 풀리는 것을 경험한 시장님이 중국어 배움의 필요성을 느끼신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시장의 중국어 실력도 기존보다 늘고 실제 강연 등에서 간단한 인삿말 정도는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서실 관계자는 "중국어 통역 담당 직원 말로는 예전보다 발음도 좋아지고 성조대로 잘 읽으신다고 하더라"며 "강연할 때 인삿말 정도는 중국어로 하신다. 초면에 어색함을 푸는 데에도 현지 언어가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년 일정 때문에 바빠 1월 한 달 간 중국어 수강을 중단했던 박 시장은 이르면 이달부터 학원수강을 재개할 계획이다. 서 실장은 "시장님이 중국어를 다시 배우고 싶다 하신다. 주말에 일정이 많아 주중에 배워야 한다고 했더니 생각해보자고 해서 아직 수강일정은 못 잡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