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종사 11년만에 파업가결···사측 "투표위법 인정못해"

대한항공 항공기/사진제공=대한항공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이 파업 등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가결했다. 2005년 조종사 파업 ‘항공대란’ 이후 11년 만이다. 대한항공은 파업이 재연돼 국민 불편과 회사 손실이 커지면 조종사 노조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19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마감한 결과 전체 1845명의 조종사 직종 조합원 중 과반인 1106명(59.9%)이 찬성해 가결됐다고 전했다.


교섭대표권을 갖고 있는 조종사 노조(KPU)는 조합원 1085명 중 1065명이 투표에 참여(투표율 98.2%)해 917명(86.1%)이 찬성했다. 파업에 미온적 입장을 보여온 조종사 새노조(KAUP)도 전체 조합원 760명 가운에 195명이 투표(투표율 25.7%)를 했다. 투표자 중에선 189명(96.9%) 찬성했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지난해 말 사측에 임금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지난 1월12일부터 39일 동안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노조는 37%의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1.9% 인상안으로 맞서고 있다.

조종사 노조는 찬반투표 가결로 파업 등 합법적인 쟁의행위가 가능해졌다. 조종사 노조가 파업 투표를 통과시킨 건 2005년 말 전면 파업으로 ‘항공대란’이 일어난 지 11년 만이다.


대한항공 안팎에선 조종사 노조의 전면 파업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고임금 근로자인 조종사들의 파업에 대해 여론이 악화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08년부터 항공산업이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돼 파업의 실효성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조종사들이 파업을 하더라도 ‘필수업무유지율’에 따라 국제선 80%, 제주노선 70%, 국내선 50% 이상 정상운행을 해야 한다.

조종사 노조도 극단적 파업보다는 일종의 ‘준법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조종사 노조는 “사측이 그간 회사 이익을 위해 묵인해 온 운항 현장의 안전규정 위반사항을 바로잡는 등 항공법 준수를 통해 투쟁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대한항공은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고수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등 강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조종사 노조의 투표 과정에 위법성이 있다며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도 했다. 관련법상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투표자 명부’를 갖춰야 하는데 조종사 새노조 조합원 투표가 명부없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종사 새노조 투표가 무효이므로 찬성표가 과반에 미달해 부결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노조의 쟁의행위에 대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하고 파업시 비노조 조종사를 적극 투입해 정상운항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