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침체에 돈줄 막힌 전문건설업체 "또 줄도산" 우려 확대

주택시장이 최근 대출규제 여파로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매출의 대부분을 도급공사로 벌어들이는 전문건설업체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수주 물량은 줄고 공사대금 지급 지연은 빈번한 데 반해 인건비는 상승하는 악순환이 수년째 되풀이되면서 전문건설업체의 폐업은 매년 줄을 잇고 있다.


그나마 지난해 주택시장 호황으로 일시적으로 자금난에서 벗어났지만 올 부동산 시장이 다시 침체에 접어들면 업계가 고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전문건설공제조합이 조합원을 대상으로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부도가 나거나 폐업한 전문건설업체는 2011년 2063곳, 2012년 2044곳, 2013년 2192곳, 2014년 1175곳, 지난해 549곳에 달한다.

장기간 자금난에 시달리다 건설업 등록증을 반납하고 사업을 철수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2013년까지 매년 2000여개 업체가 문을 닫다가 부동산 경기가 일시 호전된 최근 2년간 다소 숨통이 트였다.


최근 업계에선 올 초 시장 위축으로 전문건설업체가 연쇄 도산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주택시장 침체로 원도급 건설사들이 PF(프로젝트파이낸싱) 등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저가수주를 위해 출혈경쟁을 벌이거나 공사대금을 떼일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처지라는 것.

실내건축, 토공, 도장 등 각 분야 전문건설업체들은 원도급 건설사로부터 공사를 수주받는 형태로 업계 총매출의 75%가량이 도급공사에서 나오는 때문이다.

한 실내건축 전문업체 관계자는 "원도급 건설사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 최저입찰제로 수주하는 하도급 업체는 직격탄을 입는 구조"라며 "작년 반짝 호황으로 과거 줄도산 수준은 벗어났지만 올해 사업 리스크가 높아져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이에 생존을 위한 활로 찾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해외시장 진출을 타진하거나 업종별로 시공분야가 엄격히 제한돼 있는 소규모 복합공사 참여 범위를 확대해줄 것을 정부에 촉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대한전문건설협회는 지난해 6월 국토교통부에 소규모 복합공사 참여 범위를 현행 3억원 미만에서 10억원 미만으로 확대해 달라는 내용으로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국토부는 중소형 종합건설업체의 반발을 의식해 같은해 10월 수주액 범위를 7억원 미만으로 확대하되, 우선 4억원 미만 공사부터 참여토록 하는 중재안을 내놨다. 하지만 협회 측은 전체 공공발주 물량 중 3억원 미만 공사가 0.1%에도 못 미쳐 수주액 규모를 1억원 늘린 것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중소형 종합건설사도 똑같이 어려운 상황인데 그 고유 영역을 침범하겠다는 게 아니라 전문건설업의 생존을 위해 틈새시장을 열어달라는 취지"라며 "지금 구조로는 업계 생존이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에 자구노력과 함께 규제완화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