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소유 버거킹, 세트가격 두배로…만원대 버거도

버거킹

외국계 역외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에 팔린 국내 프랜차이즈 버거킹이 햄버거 한 세트에 1만원이 넘는 프리미엄화 전략을 단계적으로 실시한다.

한국 버거킹(법인명 BKR)을 2100억원에 인수한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AEP)는 국내 금융사들에 인수금융을 요청하면서 이 같은 계획을 공개했다.


23일 M&A(인수·합병) 업계에 따르면 어피니티는 하나금융투자와 우리은행, 현대증권 (7,370원 ▲10 +0.1%) 등에 8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 지원과 200억원의 한도대출(RCF)을 요구하면서 수 개월 내 SPC(특수목적법인)와 피인수법인 BKR의 합병 계획을 알렸다. BKR이 창출하고 있는 영업 현금흐름이 연간 200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1000억원대 차입금은 피인수법인의 신용으로 충분히 갚을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버거킹은 지난해 180억원 가량의 EBITDA(상각 전 이익)를 낸 것으로 파악된다. 어피니티에 BKR을 넘긴 VIG파트너스(옛 보고펀드)가 두산의 SRS코리아 사업부에서 분할해 매입하기 전의 두 배가 넘는 이익을 내고 있는 셈이다. 버거킹은 두산에서 계열분리된 이후 24시간 매장을 크게 늘리고 종전에 없던 배달서비스를 실시한데 이어 전제품의 가격을 20~30% 이상 인상하면서 이익을 늘렸다.

자기돈 800억원에 버거킹을 샀던 VIG파트너스는 3년여 만에 두 배 이상의 자본차익을 냈고 어피니티는 이를 매입하면서 다시 한 번 자본이익을 내기 위해 △공격적인 매장 확대와 △프리미엄화 가격인상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버거킹의 최신세트 제품인 할라피뇨 스테이크버거는 8900원에 달한다. 4년 전 두산이 이 사업을 영위하던 시절 이 프랜차이즈의 세트 가격이 3000원~5000원대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최고 제품 가격은 두 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BKR을 사들인 어피니티는 인수금 절반을 차입금으로 충당하는 LBO(차입인수) 방식을 활용하면서 제품 가격을 세트당 1만원대 이상으로 높여 이익률을 올리고 자신들의 차입금을 피인수사인 BKR에 떠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어피니티의 전략은 이미 버거킹이 경쟁사인 맥도널드나 롯데리아 체인과 달리 고객들로부터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계열사인 제일기획 출신의 문영주 씨를 대표이사로 영입한 버거킹은 오리온 외식사업부와 메가박스, 롸이즈온(베니건스), MPK(미스터피자)를 거친 그의 커리어를 반영해 프리미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어피니티는 문 대표를 중용해 2018년까지 국내 매장수를 현 200여개에서 300개까지 50% 가량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내 금융권에 대출을 의뢰하면서 SPC와 BKR의 합병 이후 EBITDA 대비 6배 이상의 차입한도와 원리금 상환액을 제외한 이익잉여금의 배당권리 조건을 요구했다. 이익을 높이면서 금융차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사업을 키우겠다는 의지다.

한국 출신의 박영택 부회장과 이철주 대표가 이끄는 어피니티는 홍콩에 적을 두고 있는 역외 펀드 운용사이지만 국내 B2C기업을 인수해 제품 단가를 인상하는 전략으로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능하다는 평가를 얻는다. 어피니티는 해태제과와 하이마트, 더페이스샵, 오비맥주를 사고 팔아 5조원이 넘는 자본차익을 얻었다. 지난 2013년에 SK그룹으로부터 사들인 멜론(법인명 로엔엔터테인먼트)은 약 3000억원에 매입했지만 음원 서비스 가격을 전략적으로 인상해 최근 카카오에 1조8000억원에 되팔아 1조원 이상의 차익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