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석한 두뇌 청년들, 대학서 스타트업 나서야"

"이세돌은 그 좋은 머리로 왜 바둑을 뒀나, 딥마인드 CEO(최고경영자)는 앞으로 돈을 얼마나 벌 것이며 얼마나 세상을 바꿀 것인가"

우리나라 최고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성장의 한계에 부딪힌 한국사회에 혁신을 위해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 원장(전기정보공학부 교수)은 23일 오전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포럼 주최 조찬세미나에 강연자로 나서 이같이 밝혔다.

차 원장은 이날 대학을 중심으로 스타트업(창업 초기단계)을 많이 만들어 혁신을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우리 사회에 충격을 준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도 스타트업의 관점에서 설명했다.


차 원장은 "딥마인드가 생긴지 5년, 구글이 인수한 지 2년 정도 됐는데 이 정도면 '쇼'를 할 수 있는 단계"라며 "완벽하지 않을 때 나와서 적당히 이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은 없는 시장을 만들 때 쇼를 한번 해서 반응을 보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게 전형적인 비즈니스 패턴"이라며 "지금이라도 AI 등 소프트웨어 부문에 국가적 관심을 갖게 돼 다행"이라고 밝혔다.

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 원장(전기정보공학부 교수)/사진=뉴스1

관점을 바꿔 이세돌 같은 명석한 두뇌를 가진 청년들이 스타트업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출신인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CEO 역시 영국 대학의 역동적인 창업 환경에서 탄생했음을 설명했다.

차 원장은 "대학에서 연구해서 반짝반짝한 아이디어로 바로 치고 나가서 스타트업하는 것, 이런 게 참 부럽다"고 말했다.

특히 절대 강자였던 제조업 각 분야에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스타트업을 통한 혁신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차 원장은 "기업과 학교, 연구소를 묶는 전통적 산학연, 그 무거운 체계로는 변화의 스피드를 못 쫓아간다"며 "지금 (글로벌 혁신) 전쟁에서 지면 우리나라가 누려왔던 것들이 확 쓸려나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학 실험실에서 나오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역동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발 빠른 시스템과 창업 지원환경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26살의 해커 출신으로 자율주행 시스템을 홀로 개발해 지난해 세계를 놀라게 했던 조지 지오핫의 예도 들었다. 17살 때 아이폰을 뜯어 해킹했던 이 청년은 카네기 멜론대를 입학 했다가 학점에 연연하는 동료들에 실망해 자퇴했다.

이후 실리콘밸리에서 취직도 해봤으나 이들보다 내가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해킹대회에 참석해 마련한 돈으로 혼다 아큐라 자동차 1대를 샀다. 결국 한달 만에 블룸버그 기자를 초청해 자율주행차 시연에 성공했고 세계적 관심을 받았다.

차 원장은 이밖에 세계 최대 드론(무인항공기)업체 DJI를 창업한 리저샹 홍콩과기대 교수와 만난 일화, 스탠퍼드대 유학시절 지켜봤던 구글 태동기의 모습 등을 소개했다.

차 원장은 스탠퍼드대에서 컴퓨터시스템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스타트업을 직접 만들었다. 2005년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 기술을 기반으로 '하나(HANA) 빅데이터 플랫폼' 상용화에 성공했다. 기술을 보유한 차 원장의 스타트업은 세계 3대 소프트웨어회사인 독일 SAP에 인수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9월 방한한 SAP의 공동 창업자 하소 플래트너 경영감독위원회 의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차 원장이 개발한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 기술을 언급하며 "성공사례"로 꼽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