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숨는다고 덮어지나요

개그맨 이창명씨(46)가 지난달 21일 서울 영등포경찰서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지난달 20일 밤 교통사고를 내고 잠적했던 개그맨 이창명씨(46)는 연락이 끊긴지 21시간 만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음주운전 의혹이 강하게 제기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경찰에 출석한 이씨는 "술은 입에도 못 댄다", "너무 아파 병원에 갔을 뿐"이라며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이에 한 경찰 관계자는 "피를 뽑아도 알코올은 이미 분해됐을텐데 음주 여부를 가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술은 안 마셨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던 이씨. 경찰은 지난달 28일 그런 이씨에게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이씨가 면허취소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16% 상태에서 운전한 걸로 보인다'고도 밝혔습니다.


조사에 늦게 출석한 탓에 단속기로도, 채혈로도 음주 여부를 가릴 수 없었던 상황. 그런 상황에서 이씨는 어떻게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받았을까요. 경찰 관계자는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위드마크는 음주량(㎖), 알코올 도수(%) 등을 곱하고 이를 체중(㎏) 따위로 나눠 혈중알코올농도 추정치를 산출하는 계산법입니다. 경찰은 사고 전후 주변인의 진술과 음식점 주문 내역서 등을 확보, 이를 토대로 이씨가 41도짜리 소주 1병, 500㎖짜리 맥주 1잔을 4시간에 걸쳐 마셨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혈중알코올농도 0.16%가 계산된 것이죠.

위드마크 공식이 국내 음주운전 단속에 도입된 때는 1986년입니다. 일선 경찰들은 "음주측정 요구에 바로 응하지 않거나 시간을 끌어 수치를 낮추는 '꼼수'에 대응할 방안이 생겼다"며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도주해도 정황상 음주 여부는 물론 혈중알코올농도까지 가늠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위드마크 값은 추정치인만큼 한계도 있습니다. 알코올 흡수 능력과 시간당 분해 정도에 개인차가 커 위드마크 결과만으로 음주운전 여부를 판단하기란 쉽지 않아서 입니다.

지난해 발생한 이른바 '크림빵 뺑소니' 사건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당시 법원은 "위드마크 공식만으론 피고가 술을 마셨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하고 도주차량 혐의만 물었습니다. 법원 판단대로라면 "음주 없이 술자리에 동석만 했다"는 이씨의 주장이 일부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남아 있습니다.

다만 음주운전 혐의를 피하려 한 것으로 의심되는 각종 정황이 변수입니다. 이씨는 사고 직후 경찰의 연락을 받자 "모르는 일이고 후배가 운전했다"며 전화를 끊었고, 이후 수십통 이어진 전화도 받지 않았습니다. 또 현장 인근 CCTV(폐쇄회로TV), 휴대전화 통화내역에서도 이씨의 음주를 뒷받침할 정황을 포착했다고 경찰은 발표했습니다. "20시간 넘게 지나 '맨 정신'으로 출두한 게 음주운전 혐의를 피하려는 목적이 아니면 뭐냐"는 경찰의 설명이 현재까지는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발뺌하고 도망가는 것만으로는 음주운전 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되새기게 하는 사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