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부가세 올리려면 정권 내놓을 각오해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뉴스1

"정부가 재원이 필요해서 향후 증세를 해야 할 상황이 온다면 소득세, 법인세, 부가세 중 어떤 세목을 우선 올릴 생각인가."(질문)

"교과서적으로 가장 올리기 쉽고, 합당하게 올릴 수 있는 게 부가세이나 한편으로 절대 올릴 수 없는 세금이 부가세다. 정치적으로 정권을 내놓을 각오를 해야 한다."(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답변)


한 때 조세연구원장을 역임할 정도로 '세금통'이었던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조세정책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소득세, 법인세, 부가세 등 3대 세목 중에 굳이 올려야한다면 30년 이상 세율이 10%로 동일한 부가세를 올려야하지만 정치적인 문제로 인상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유 부총리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한중일, ASEAN+3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에 앞서 2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유 부총리는 한 때 정부가 도입을 유력하게 검토했던 설탕세에 대해서도 "뜻은 좋지만 사실상 (도입이) 어려워졌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재정학 교과서에 원래 세금을 이목적, 저목적으로 남발하지 말아야 한다고 나와 있다"며 "세금은 사람의 인센티브를 바꿔놓는 것이기 때문에 인류 역사에 걸쳐 많이 바꾸지 않았다. 그만큼 무서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부총리는 그러면서 영국이 과거에 도입했던 바퀴세를 소개하면서 "자원을 왜곡시킨 대표적인 예"라고 덧붙였다. 바퀴세는 과거 마차를 보유했던 자산가들에 대한 증세방안이었으나 이들이 세금을 줄이기 위해 점차 바퀴 수를 줄이자 이와 연관된 노동자가 실업이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컸다는 설명이다.

유 부총리는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TV나 자동차 등의 개별소비세를 상시적으로 면세혜택을 주는 방안에 대해선 "자동차를 생필품으로 볼 수 있느냐의 문제인데. 일례로 최근 허경영씨가 탄 롤스로이스가 8억원짜리라던데 그런 것에 대해선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 않느냐"고 답했다.

그는 주세의 종량세화(도수가 높을수록 높은 세율을 매기는 것)와 관련해선 "그렇게 하려다가 완전 깨졌다(국민저항에 부딪혀 도입 무산)"며 "세금은 정치경제학적 산물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원치 않으면 못한다. 소주에 붙은 세금이 맥주보다 높은 것에 참지 못 하고 와인보다 높으면 더 참지 못 한다"고 했다.이를 고려해 주류 관련 세금도 어쩔 수 없이 가격에 따라 세금을 차등화 됐다는 설명이다.

한편 유 부총리는 내수 진작을 위해 임시공휴일을 정례화하는 방안에 대해선 "지난해 광복절, 이번에 어린이날 등 공휴일이 겹친 것을 고려한 것이지 아무 날이나 하기에는 곤란하다"며 다소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미국 재무부 환율보고서 결과와 관련해선 "어떤 신문은 자화자찬했다고 하는데 그런 적 없다"고 답했고, 최근 경상수지 흑자가 '불황형 흑자'라는 지적에 대해선 "교과서에 불황형 흑자라는 말 없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점이 있다고 하면 어쩔 수 없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