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구상금과 손해배상채무…개인회생, 파산면책 가능성 포기하지 말자

통상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2항 각호에 규정된 것을 교통사고 11대 중과실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중과실과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은 제566조 제4호와 제625조 제2항 제5호에서 채무자가 중대한 과실로 타인의 생명 또는 신체를 침해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배상은 면책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중과실'이라는 용어를 두 법률에 적용함에 있어서 혼용하다보니 교통사고와 관련하여 11대 중과실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을 받은 채무자들은 이후 이 사고로 인한 구상금채무나 손해배상채무로 인하여 과중한 채무를 부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파산이나 개인회생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도산절차를 통한 갱생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교통사고처리특례법과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의 제정취지가 다른 만큼 중과실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상이한 경우도 있어 미리 도산절차를 통한 갱생의 기회를 포기하는 것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대법원은 2010. 3. 25. 선고 2009다91330 판결에서 무면허상태에서 졸음운전을 하던 중 운행 방면 반대차로에서
노견에 모래를 뿌리는 제설작업 중이던 사람을 발견하고 서행하려다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중앙선을 넘어 위 승용차 조수석 측 후사경 부분으로 그 사람을 충격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으로 인하여 손해배상채무를 부담하게 된 A씨의 손해배상채무에 대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6조 제4호 호에서 규정하는 비면책채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즉 A씨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11대 중과실에 해당하는 무면허운전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로인한 손해배상채무에 대하여 파산면책을 받은 것이다.
개인회생과 개인파산 등 도산제도는 채무자를 징벌하는 제도가 아니라 채무자의 재기를 돕는 제도라는 특성을 고려해 대법원도 많은 사안의 경우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각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11종의 위반에 해당하는 무면허 운전으로 인한 사고경위 등을 살펴 이로 인한 손해배상채무 및 구상금채무에 대하여도 면책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대법원의 태도를 잘 알지 못하는 채무자들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처벌받았다고 하여 갑자기 부담하게 된 과중한 손해배상채무 또는 구상금 채무는 모두 도산절차에서 면책이 안 된다는 잘못된 정보로 인해 채무의 발생경위를 자세히 살피지 않은 채 개인파산, 개인회생을 통한 재기를 포기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법원의 위 판례처럼 채무자의 갱생을 위해 채무의 발생경위를 면밀히 살펴 채무자를 돕고자 노력하고 있다. 법원의 이러한 태도를 적극 활용하여 교통사고로 인해 과중한 채무를 부담하게 된 채무자들이 개인회생, 개인파산 등 도산절차를 통해 경제적 새 삶을 찾는 채무자들이 늘어나기를 기대해본다.

그리고 이러한 대법원의 태도는 교통사고의 경우 대부분은 보험이라는 신용위험을 내부화시킬 수 있는 시스템에 의하여 처리되고 있는 만큼 교통사고로 인해 채무자가 갑자기 부담하게 된 구상금채무에 대하여는 보다 확대적용 될 필요성이 있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에 칼럼을 연재중인 법무법인 서율의 최동욱 변호사는 전문직과 기업 대표의 회생·파산 업무를 주로 맡았다. 도산절차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기·배임·횡령·강제집행면탈 관련 형사사건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이 밖에도 집합건물 관련 관리단 소송 등 부동산 소송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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