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리베이트, 의사-제약사-전문지 '3각 커넥션'

머니투데이

한보경 기자

서울서부지검./사진=뉴스1(news1.kr)

검찰이 불법 리베이트(제약업체 등이 의사에게 주는 뇌물)를 주고받은 혐의로 서울대병원 의사 등 3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적발된 의사 15명은 글로벌 제약회사 N사의 한국법인에서 자문료 등의 명목으로 적게는 30만원, 많게는 100만원씩 수시로 돈을 받아 챙긴 혐의다. 검찰이 확인한 돈만 26억원 가까이 된다.

서울서부지검 정부 합동 의약품 리베이트수사단은 의약전문지를 사이에 끼고 불법 리베이트 25억9000만원 상당을 주고받은 혐의(약사법위반)로 N제약사 대표이사 문모씨(47)와 의사 허모씨(65), 의약전문지 대표 양모씨(56) 등 3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문씨는 2011년 1월부터 약 5년간 의약전문지, 학술지 발행 업체를 통해 의료인에게 리베이트를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제약사가 의약전문지 등에 광고비를 집행하면 의약전문지 등은 일정 부분을 자기 수익으로 챙기고 나머지를 의료인들에게 리베이트로 제공하는 수법이다.

의약전문지 등은 광고비 총액 대비 평균 30~50% 정도를 뺀 나머지 금액을 활용해 리베이트 전달을 위한 각종 행사 등을 열었다. 유명 의약전문지 C사 등 관련 잡지 대표이사 6명이 기소됐다.

이번에 적발된 의사 15명 중에는 서울대병원, 고려대병원 등 주요 종합병원 의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이들은 실제 자문한 것도 없으면서 자문료 명목으로 100만원씩 받거나 친목모임 성격의 각종 좌담회에 참석하는 대가로 30만~50만원씩을 받았다.

문씨가 5년간 집행한 광고비는 총 181억원, 이중 리베이트로 건낸 금액은 25억9000만원으로 추산된다.

검찰 관계자는 "범행에 관련된 의약전문지는 5곳, 학술지 발행업체 1곳"이라며 "불법 리베이트를 감시·비판해야 할 의약전문지가 오히려 리베이트 대행사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