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쇼핑몰 "재고가 없습니다"…폭염보다 괴로운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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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 거주하는 강경호씨(가명·41)는 최근 에어컨 구입을 결심하고 한 유명 온라인 쇼핑몰에서 140만원대 모델을 주문했다. 결제까지 마치고 배송받을 날을 기다렸지만 주문 이틀 후 재고가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쇼핑몰은 다른 모델을 권유했고 무더위에 지친 강씨는 다시 주문했다. 그러나 사흘 후 그마저도 품절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강씨는 일주일을 허비한 것에 화가 났다. 또 당초 구입하려 했던 제품이 240만원에 판매되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 부산에 사는 최진경씨(가명·25)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수영복을 주문했다. 그는 휴가 출발을 이틀 앞두고 "재고가 없어 주문이 자동취소된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최씨는 "문자 한 통으로 품절을 통보받아 당황했다"며 "가격비교도 하고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 온라인 쇼핑을 하는데 정작 판매자와 쇼핑몰 업체는 재고 부족을 책임질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 이용이 급증한 가운데 판매자와 쇼핑몰 업체가 정확한 재고 확인 없이 일방적으로 품절과 주문취소를 사후 통보하는 사례가 잇따라 소비자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25일 소비자문제연구소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몰에서 품절로 인한 구매 취소 민원은 2013년 이후 매년 700건 이상 제기됐고, 올 상반기에도 350건 이상이 접수됐다.

종합쇼핑몰인 오픈마켓을 비롯해 대기업이 운영하는 백화점·홈쇼핑 온라인몰과 소셜커머스 쇼핑몰, 중소 규모 전문몰 등에서 모두 관련 사례가 발생했다.


특히 폭염이 기승을 부린 올 여름에는 에어컨 등 계절가전 상품 관련 사례가 급증했다. 여행상품도 주문 후 항공 좌석이나 호텔 객실의 매진을 통보받은 소비자들이 피해를 호소했다.



판매후 '배송대기중'이나 '배송중' 상태로 시간을 끌다 재고 부족을 이유로 구매 취소를 통보하는 방식이 다수였다. 온라인 쇼핑몰 입점 판매자들이 구매 유인을 위해 '묻지마' 식으로 판매하는 것과 쇼핑몰 업체들의 관리 부실이 문제로 지적됐다. 재고가 없는데도 다른 색상이나 크기의 상품을 일방적으로 배송하거나 구매 취소 후 가격을 올려 판매하는 것은 악의적인 사례로 지목됐다.

판매자들은 수요가 급증한 상품의 경우 실시간으로 재고 파악을 하지 못해 발생한 문제라는 입장이다. 쇼핑몰 업체들은 판매자의 판매 행위를 일일이 간섭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한 온라인 쇼핑몰 업체 관계자는 "재고 물량 허위 등록 사례는 엄격하게 페널티를 주고 있지만 많은 판매자들과 상품 재고를 일일이 직접 확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가격 비교와 구매 결정, 결제 절차 등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하지만 품절로 인한 구매 취소에 따른 보상은 전혀 기대할 수 없다. 소비자들 스스로 할 수 있는 구제 노력은 민원 제기 밖에 없는 실정이다.

최현숙 소비자문제연구소 대표는 "소비자들은 시간을 허비하며 손해를 보지만 판매자와 쇼핑몰 업체는 어떤 손해도 보지 않는다"며 "업체들에 대한 시정조치가 엄격히 이뤄지고, 소비자들이 보상 받는 방안을 제도적으로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