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왜 금리를 동결했나②

/ 자료=Thomson Reuters Datastream, 글로벌모니터

지난해 3월 연설에서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미국의 실질 균형금리가 0%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원래는 1.75% 정도 되는데, 금융위기 이후 후유증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어서 그만큼 높은 금리는 아직 감당하기 어려운 비정상적 상태라는 점을 설명했습니다.

말씀 드린 대로 '균형금리'는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중립적인 금리 수준입니다. 실제 금리가 그보다 높으면 사람들이 소비와 투자를 하기보다는 저축을 더 많이 해 실업이 증가하고 물가가 하락합니다. 반대의 경우는 반대의 반응이 나타나죠.

그런데 옐런 의장의 '실질 균형금리 제로' 발언이 있은 지 1년 반이 경과한 지난 12일 라엘 브레이나드 연준 이사는 "여전히 미국의 실질 균형금리는 제로 부근"이라고 말했습니다. 경제의 기초체력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죠.

그러고 나서 9일 뒤인 지난 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3명의 반대표를 뒤로 하고 금리를 인상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옐런 의장이 한 말 중에 가장 눈에 띈 것 가운데 하나는 "현재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는 단지 미약하게 완화적일 뿐"이라는 대목이었습니다.


0.25~0.50%인 정책금리 목표치가 경기과열 위험을 불러일으킬 만큼 그렇게까지 부양적인 건 아니라는 뜻이었습니다.

미국 연준의 정책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실질' 정책금리는 현재 마이너스 0.6%입니다. 균형금리가 0%라고 한다면, 옐런 의장의 말대로 아직은 '약간' 부양적일 뿐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미국의 경제체질이 앞으로도 개선되지 않고, 그래서 실질 균형금리가 제로 수준을 계속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연준은 금리를 올릴 수가 있습니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꾸준히 높아진다면 미국의 실질 정책금리(= 연방기금금리 – 물가상승률)는 자연히 마이너스 더 깊은 곳으로 떨어질 테니까요. 그 때가 되면 옐런 의장은 "통화정책 기조가 좀 더 부양적으로 바뀌어 금리를 더 올리게 되었다"고 하지 않을까요?

지난달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1.1%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