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국가여유국 '저가여행' 없애라…"중국인 관광객 얼마나 줄까"

중국 국가여유국이 지방정부 산하 여유국에 불합리한 저가 여행 상품을 근절하라고 지시해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베이징의 중국 국가여유국 건물)

중국 정부가 저가 여행상품을 뿌리 뽑기 위해 강력한 조치에 나서며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역신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한국관광공사 베이징지사와 중국 여행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중국 국가여유국은 '불합리한 저가 여행 전문 행동 통지'를 각 성·직할시·자치구 단위 산하 여유국에 하달하고 저가 해외여행을 근절하라고 지시했다.

이 통지에 따르면 앞으로 각 지방정부 산하 여유국은 ▲불합리한 저가 여행상품을 내놓는 여행사들을 엄중 처벌하고 ▲저가 여행상품의 주 수익원인 쇼핑 강매를 근절하는 한편 ▲10월 말까지 전담 조직을 만들어 6개월간 강력한 단속에 나선다.

국가여유국은 특히 여행사 홈페이지나 어플리케이션, 매체 광고 등을 일일이 점검해 불합리한 저가 상품을 소개하거나, 음성적으로 판매하는 행위를 철저히 단속할 방침이다. 국가여유국은 이번 통지에 공식 게재하지 않았지만 해외여행 기준으로 2000위안 이하 여행상품을 불합리한 저가 여행으로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여유국이 이처럼 저가 여행상품 근절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최근 중국에서는 저가 해외여행에서 관광객들에게 지나치게 쇼핑을 강권하는 동영상이 반향을 일으키는 등 저가 여행 폐해가 심각하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 정부가 한국에게 보이지 않는 제재를 하는 것이라는 해석까지 나온다.

일부 지방정부 여유국은 속속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있다. 중국 여행업계 관계자는 "상하이시와 저장성, 장쑤성, 산시성, 안후이성 등 5개 지방정부 여유국은 11월부터 향후 6개월간 해외 여행객수를 전년 동기대비 20% 줄이라는 방침을 각 여행사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들 여유국이 구체적으로 '20% 감소'를 지시한 이유는 중국 단체 해외여행 상품 중 2000위안 이하 저가 상품 비중이 20%를 차지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수치 상으로 2000위안 이하 저가 상품이 완전히 사라진다면 해외 여행객 20% 감소가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반면 다른 지방정부 여유국은 앞으로 6개월간 해외 여행객수를 전년 동기대비 늘리지 말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여행업계는 벌써부터 중국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이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한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수는 598만명으로 올해 800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10월말 현재 700만명이 다녀간 것으로 알려져 이 추세라면 목표 달성은 어렵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이번 방침이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여행사 관계자는 "지방정부마다 향후 6개월간 해외 여행객수를 전년대비 줄이겠다는 입장이어서 중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한국 관광산업에 적잖은 타격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중국인의 한국 여행에서 단체여행객 비중을 40~50%로 잡을 경우 최대 연간 60만~80만명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들린다.

특히 중국 정부가 경기 활성화를 위해 급증하는 해외 여행 대신 국내 여행이나 내수 소비를 강조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지난 3월 리커창 총리는 중국인들의 해외 여행 소비를 줄이기 위해 중국 내 19개 국제공항에 입국 면세점을 설치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사태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관광공사 베이징지사 관계자는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 실태조사에서 단체 여행객 비중은 전체의 26.2%였다"며 "이는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 598만명 중 157만명이 단체 여행객으로 이 가운데 저가 여행객은 31만명 정도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이번 일을 계기로 지나친 중국인 관광객 의존도를 줄이고, 자유여행 상품을 늘리는 쪽으로 대 중국인 관광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