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대통령 주기 이론' 깨졌다…"FRB 탓"

증시 비관론자로 유명한 제레미 그랜덤이 미국 증시가 대통령 집권 3년차에 랠리를 펼친다는 '대통령 주기'(presidential cycle) 이론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때문에 깨졌다고 진단했다.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자산운용사 GMO의 설립자인 그랜덤은 1932년부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집권한 때까지 대통령 임기와 미국 증시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대통령 주기 이론을 만들었다. 대통령 임기 1, 2, 4년차에는 미국 뉴욕증시 대표지수인 S&P500이 월평균 0.2% 올랐지만 3년차 때는 상승폭이 0.75-2.50%에 달했다.


그랜덤은 이 결과를 근거로 오바마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 3년차를 맞은 지난해 증시가 투기적인 거품 단계에 들어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예상은 빗나갔다.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S&P500지수가 연간 기준으로 상승세를 타지 못한 해가 딱 두 번 있었는데 모두 임기 3년차 때였다. 2011년엔 S&P500이 사실상 제자리에 머물렀고 지난해엔 0.73% 내렸다.

2011년과 2015년에는 증시 성적이 부진할 수밖에 없었던 악재가 적지 않았다. 2011년에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정위기가 한창이었고 미국 정치권의 예산전쟁 속에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FRB가 양적완화(자산매입)를 중단하고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수한 제로금리 정책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랜덤은 대통령 주기 이론을 깨뜨린 장본인으로 FRB를 지목했다. 그는 FRB가 전에는 수면 아래에서 집권당을 돕기 위해 대선 한 해 전인 대통령 임기 3년차에 적극적인 부양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증시는 랠리를 펼쳤고 대선이 있는 이듬해에는 경제 전반에 선순환이 일어났다.

하지만 그랜덤은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임기 1987-2006) 시절부터 경제와 금융시장 전반에 대한 FRB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커졌다고 지적했다. 그린스펀이 대통령 임기 3년차뿐 아니라 1년차, 2년차에도 계속 부양에 나서자 그의 후임자인 벤 버냉키 전 의장과 재닛 옐런 의장도 보다 공격적인 경기부양정책을 쓰게 됐다는 것이다.

그랜덤은 "FRB가 '부의 효과'(wealth effect·자산가치 상승으로 인한 소비 증가)를 얻기 위해 금리를 낮추고 자산가격을 끌어올릴 구실을 끊임없이 찾는다"며 "FRB를 더 이상 못 믿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