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걸린 10억원짜리 '조선 컨설팅보고서', 휴지되나?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전경. /사진=대우조선해양

31일 발표가 예정된 조선업 구조조정 컨설팅 보고서가 개별기업 및 업계 전반 구조조정 모두 두루뭉술하게 다룬 '맹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컨설팅 보고서를 근거로 구조조정 드라이브를 걸겠다던 정부 방침에도 제동이 걸렸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해양플랜트협회로부터 지난 6월 조선산업 구조조정 컨설팅 보고서 작성을 의뢰받은 맥킨지는 오는 31일 최종 보고서를 제출한다. 정부는 이에 맞춰 같은 날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최종 보고서는 당초 지난 8월 말에 나올 예정이었다. 하지만 8월 중순 각 업체를 대상으로 한 중간 설명회 당시 지속 가능성을 의심받은 대우조선해양 (31,000원 ▼200 -0.64%)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며 완료 시기가 2달 가량 늦춰졌다. 현대중공업 (128,300원 ▼1,200 -0.93%)과 삼성중공업 (9,390원 ▼40 -0.42%) 역시 조선업 미래 시황을 부정적으로 예견한 맥킨지 측에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철강·석유화학 업종과 함께 지난 8월 정부가 발표할 예정이던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역시 연기됐다. 정부는 컨설팅 보고서를 청사진 삼아 각 업체 구조조정 방안을 확정 짓는다는 입장을 번복해, 전체 산업 구조조정의 큰 틀만 참고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최종 보고서는 각 업체의 반발을 받아들여 인력·설비 감축 등 민감한 내용이 모두 빠질 것이 확실시된다. 각 조선업체들은 맥킨지가 과거 5년간의 시장 상황이 향후에도 반복된다는 가정 하에 각 업체의 자구노력 및 향후 포트폴리오 조정 전략 등이 반영되지 않은 '엉터리'라고 입을 모아 반발했다.


업계 관계자는 "애초에 각 업체들로부터 비용을 지불받은 컨설팅펌이 보고서를 작성한다는 정부 방침에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부 주도가 아닌 조선해양플랜트협회 주도 하에 만들어진 보고서는, 고객사에게 불리한 향후 전망 등을 충분히 담지 못하는 한계를 지닌다는 뜻이다. 보고서 작성 대금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이 총 10억원 가량을 맥킨지에 지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개별 기업 구조조정이 빠진 '맹탕' 보고서라는 점을 인정하는 모양새다. 산업부 관계자는 보고서 내용과 산업경쟁력 강화 방안을 두고 "조선업 전반에 대한 원론적 언급이 주가 될 것"이라며 "내용 없는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5개월 걸린 보고서의 핵심 구조조정 내용 누락 및 정부의 단기 대책 부재에 따라 조선업 구조조정은 또 다시 표류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책임지고 주도하는 구조조정 계획이 나오기 전까지 마땅한 해결책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조선 빅3 업체가 채권은행에 낸 자구안 이상의 구조조정 방안은 당분간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당장 내년 1분기부터 일감이 없어지는 중소 조선사들에 대한 대책은 정부 어디에서도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