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강만수 前행장 구속 3일만에 일부 혐의 기소…"공소시효 때문"

부실기업에 부당대출을 지시하고 지인 기업에 이권을 몰아준 대가로 억대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된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뉴스1

대우조선해양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을 구속 3일만에 기소했다. 강 전 행장이 받고 있는 일부 혐의의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강 전 행장을 직권남용,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강 전 행장은 2009년 11월 대통령 경제특보로 재직하던 시절 지식경제부 공무원들에게 부당한 지시를 내려 자신의 측근이 운영하던 B사에 66억7000만원의 정부 지원금을 지급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해조류에서 에탄올을 추출하는 B사의 사업이 국책과제로 선정되지 않자 강 전 행장이 B사 대표 김모씨로부터 청탁을 받고 지식경제부 담당 국장을 불렀다. 해당 국장은 '이미 올해는 사업자 선정이 끝났으니 내년 사업자 선정 때 검토해보겠다'고 했으나 강 전 행장은 "재평가를 실시해 B사를 국책과제 사업자로 선정하라"고 압박했다.

결국 지식경제부 공무원들은 업무 및 인사상 불이익을 우려해 강 전 행장의 지시를 따랐고 이로 인해 정부지원금 전액을 잃었다.

강 전 행장과 B사 대표 김씨는 2007년부터 '패밀리'라는 모임을 가지며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강 전 행장은 2011년 3월~6월 김씨로부터 청탁을 받고 남상태 대우조선 사장에게 B사 투자를 요구한 혐의도 받는다. 강 전 회장의 요구를 받은 남 전 사장은 대우조선과 자신의 측근이 운영했던 부산국제물류(BIDC)를 통해 각각 4억9999만8000원을 투자했다. 10억원 이상의 투자를 결정할 경우 대우조선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하고 이 사항은 산은에 보고된다는 사실을 고려해 편법을 동원한 것이다.

이후 2012~2013년 대우조선은 연구비지원 명목으로 B사에 추가로 44억원을 지원했다. 연구개발비 집행은 최고경영자의 전결로도 가능했다.


당시 대우조선 관계자들은 투자와 연구비 지원을 강력히 반대했다. 바이오산업은 대우조선과 무관했고 B사의 재무구조 역시 열악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강 전 회장은 남 전 사장을 상대로 직접 또는 비서실을 통해 진행상황을 묻는 등 여러차례 압력을 넣었다. 남 전 사장은 결국 편법을 동원해 강 전 회장 퇴임 직전까지 54억여원의 금품을 B사에 지원했다.

남 전 사장은 이 대가로 '명예롭게 퇴진하게 해달라. 상근감사제도 도입을 재고해달라'는 등의 청탁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남 전 사장은 후임 대표이사가 자신의 비리를 문제삼을 것을 염려해 "고재호를 후임 대표로 선임해달라"고 청탁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 관계자는 "강 전 행장의 산업은행 부당대출 혐의, 대우조선 및 대우증권 관계자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 등에 대해서는 추가 수사를 진행한 후 기소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