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춘 세상' 을지로 골목길을 지키는 청년예술가들

(서울=뉴스1) 장우성 기자 =

이현지 을지로 기록관(중구 제공) 2017.1.11© News1

1970년대 산업화시대 서울의 흔적이 아직 남아있는 중구 을지로 골목길에는 청년예술가들이 있다.

2015년 7월부터 을지로 3~4가 산림동 일대 5개 빈 건물에 둥지를 틀고 활동 중인 8팀의 청년예술가들은 후미진 골목길 구석구석에 활기를 불어 넣고 있다. 이들의 활동은 ‘을지로 디자인·예술 프로젝트’로 불린다.


“그동안 모아둔 을지로에 대한 사진과 기록들을 중심으로 올 봄에 전시회를 열 계획이에요. 옆에 있는 ‘퍼블릭 쇼(Public Show)’팀과 협업해 주민들이 불편해 하는 요소 중 을지로의 이동경로 등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 보고 싶어요.”

을지로 골목길이 사라지기 전에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작업실을 구했다는 이현지씨(26)의 새해 포부에는 을지로를 향한 애착이 묻어난다.

쇼룸을 만들어 을지로 상인들과 주민들, 골목길 탐방프로그램 '을지유람' 방문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 계획이다. 미니어처 작품들을 을지로 갤러리에서 전시할 계획도 구상했다. 기업체 지원까지 끌어들여볼 생각이다.


도자기를 소재로 한 오브제를 만드는 도예공방 ‘퍼블릭 쇼’를 운영하고 있는 김소정씨(30)와 장준기씨(31)는 도예와 자동차디자인을 전공한 전문디자인팀이다. 을지로 조명골목의 특성을 살려 도자조명, 도자기향초, 유리공예 등 실생활 소품을 제작한다. 지난해 프랑스 ‘파리 메종엔 오브제’와 ‘뉴욕 캉 콜렉션’등에도 참여해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을지로 골목을 무대로 마당공연을 활성화하고 싶습니다. 장인들을 위한 특화거리도 을지로는 가능하다고 봅니다”

◇청년예술가들은 도시재생사업을 이끄는 힘

을지로의 어두운 골목길을 무한한 잠재적 소재로 보는 R3028팀은 8명의 서로 다른 전공자들이 모여 창작, 공연, 교육, 도시재생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세상을 위한 예술’이라는 모토를 가지고 좁은 골목길 벽과 공장셔터에 붓과 페인트를 들고 을지로를 상징하는 파이프, 철재 등을 소재로 패턴화한 벽화작업으로 골목에 색을 입히기도 해 주목받았다.

“을지로에 휴식공간을 마련할 수 있는 거리가구를 제작하고 싶다”는 ‘산림조형’의 소동호씨(35)는 청년예술가 중 맏형이다. 작업실이 있는 동네 '산림'(山林)동과 하는 일 '조형'(造形)을 붙여 만든 ‘산림조형’스튜디오를 24시간 밝게 비추고 있는 그는 주로 가구와 조명 등 생활용품을 제작하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운영 중인 골목길 체험투어 프로그램인‘을지유람’ 지도와 안내판도 소동호 작가가 제작했다. 그가 타일거리에서 구한 타일을 소재로 만든 ‘변기 모양의 의자’는 을지로3가 버스 정류장에서 볼 수 있다.

영역을 해외로 넓히고 있는 김선우씨(30)는 동국대 서양화학과 출신으로 ‘새작업실’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젊은나래 청년아티스트’우수상,‘아트팹 챌린지 공모전 최우수상’수상 등 화려한 실적을 거뒀다. 평온한 삶 속에서 나는 법을 잊어버려 멸종하고 말았던‘도도새’를 소재로 청구초등학교 골목길 벽화사업에도 참여한 그는 전국적으로 전시, 공연, 워크숍, 아트토크 등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

이같이 1970~80년대 옛 골목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을지로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청년예술가들은 도심재생사업을 새롭게 일구는 힘이 되고 있다.

최창식 구청장은 을지로 산림동의 빈 점포를 임대해 청년들에게 창작공간으로 내주는 프로젝트를 처음 구상했다. 최 구청장은“을지로 외에도 다산동 성곽거리,인현시장 등에서 낙후된 도심에 예술창작활동으로 활기를 불어넣는 청년예술가들의 작업공간을 지원하면서 을지로의 골목 분위기가 많이 바뀌고 새로워졌다"며 "앞으로도 이들의 활동을 관심있게 지켜보면서 지원영역을 넓혀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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