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위에 중무장 노인들…"날씨 대수냐, 탄핵반대"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운동본부' 회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혜화동 일대에서 10m 길이 십자가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사진=김평화 기자.

60~80대 노인들 대부분이 패딩 재질의 방한복을 입었다. 두터운 털모자로 귀를 감쌌다. 장갑을 낀 손으로는 태극기를 흔들었다. 하지만 가려지지 않은 얼굴에는 근육이 굳어지는 게 느껴질 만큼 혹한의 날씨가 엄습했다. 보수집회 참가자들은 맹추위에도 일제히 '탄핵 반대'를 외쳤다.

한낮에도 영하 8도(℃) 추위가 이어진 14일 오후 서울 혜화동 대학로 일대에서 열린 '9차 태극기 집회'에는 태극기를 손에 쥔 3000여명(추정치)이 참석했다. 대형 태극기를 몸에 두른 참가자들도 상당수였다.

수도권은 물론 대전, 대구, 강원도 원주 등 전국에서 모인 참가자들은 혜화동로터리 횡단보도에서 혜화역 1·4번 출구 사이 도로 5차선을 반쯤 채웠다. 약 50m 거리에 걸쳐 인파가 이어졌다.

주최 측인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운동본부'(탄기국)은 이날 오후 2시부터 본 행사를 진행했다. 사전 행사로는 일부 보수성향 개신교 단체가 주관한 사전집회가 열렸다.

목회자와 성가대를 자처하는 이들이 참석해 기도회를 열었다. 기도회는 부흥회를 방불케 했다. 참가자들은 '마귀들과 싸울지라, 죄악 벗은 형제여' 등 가사의 찬송가를 부르기도 했다. 진행자가 '할렐루야'를 외치자 참가자들은 '아멘'으로 화답했다.

이승현 평강제일교회 담임목사는 대표기도에서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안을 기각해야 한다"며 "재판관들에게 지혜를 주소서"라고 말했다.

기도회를 마친 해병대 전우회와 성가대 가운을 입은 참가자들은 약 10m 길이 대형 십자가를 들고 시청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일부 집회 참석자들은 '계엄령 선포가 답이다'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대절 버스를 타고 대전에서 온 한모씨(72)는 "박근혜 대통령과 나라가 위기에 놓였는데 추운 날씨가 무슨 문제냐"며 "애국시민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 상경했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대학로 일대에만 2만여명이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참가자 대부분은 노년층이었다.

탄기국은 본 집회가 끝나는 오후 3시30분 서울광장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할 예정이다. 오후 5시에는 서울광장에서 2차 집회가 예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