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룡·이승철 불출석, 고영태 잠적…헌재 '또' 공전하나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3차 공개 변론에서 나란히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증인으로 채택된 인사들이 잇따라 불출석 의사를 밝히거나 잠적하면서 심리가 또 한 번 공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증인신문을 받을 예정이던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은 전날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현재 해외에 체류 중이며, 오는 18일 이후로 기일을 잡아주면 출석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오후 2시 증인신문이 예정됐던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도 지난 13일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 이 부회장은 "내부회의가 있는데 일정을 바꿀 수 없다"며 "오는 19일 (최순실씨 등의) 형사재판에 나가 증언할 준비를 해야 해서 출석이 어렵다"고 밝혔다.

오후 4시 신문을 앞둔 고영태 전 더블루K이사와 류상영 부장은 출석이 불투명하다. 이들은 헌재와 연락이 닿지 않고 있으며, 증인 출석요구서도 전달되지 않았다. 이에 헌재는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 전 이사의 소재를, 성동경찰서에 류 부장의 소재를 찾아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다.

이들이 전부 불출석할 경우 이날 변론기일은 증거조사와 증인채택 등 일부 절차만 진행한 뒤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의 미르·K스포츠재단 개입 여부와 '문화계 찍어내기 인사',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 탄핵사유와 직결되는 핵심 증언들을 들을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이중 고 전 이사는 "최순실씨가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고치는 것은 잘하는 것 같다"며 국정농단 의혹을 폭로한 인물이다. 이후에도 최순실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청문회 등에 나와 "최씨를 통해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옷을 100벌 가까이 만들었다", "김종 전 문체부 2차관(56·구속기소)은 최씨의 수행비서" 등 증언을 이어갔다. 이에 최씨는 전날 변론기일에서 "고영태의 증언은 완전 조작"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유 전 장관은 김종덕 전 장관(60·구속)의 전임자로 박 대통령의 '문체부 찍어내기 인사' 와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에 연관됐다.

앞서 유 전 장관은 "박 대통령이 청와대로 나를 불러 노태강 전 국장과 진재수 전 과장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나쁜 사람'이라고 말한 뒤 경질을 지시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정유라씨(21)가 2013년 4월 열린 승마대회에서 준우승에 그치자 체육계 감사가 시작됐고, 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은 승마협회 감사를 맡았다. 이후 두 사람이 만족스럽지 않은 감사 결과를 내자 박 대통령이 이들을 찍어냈다는 것이다.

또 유 전 장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생산됐으며,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폭로했다. 이를 두고 김 전 장관이 블랙리스트는 본 적도 없다고 변명하자 "개가 웃는다"며 비판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박 대통령과 최씨의 지시를 받아 전경련 회원 기업들로부터 미르·K스포츠재단 774억원을 끌어모은 인물로 지목돼 있다. 류 부장은 최씨의 지시로 미르·K스포츠재단과 더블루K를 통합 관리할 법인 '인투리스'를 기획했다는 의혹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