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 기로에 선 조선·해운, '4월·6월 위기' 극복에 총력

한때 세계를 호령한 한국 조선·해운 산업의 추락이 멈추지 않고 있다. 전 세계적 수주절벽을 겪은 조선업계는 중국에 이어 일본에도 수주량이 뒤졌다. 대우조선해양에 4400억원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4월 위기설도 제기된다. 한진해운 파산을 겪은 해운업계에는 선박 공급이 정점에 치닫는 6월 2차 파고가 온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선·해운업계는 생존의 기로에서 동원 가능한 모든 자구책을 강구 중이다.

조선·해운업계 위기는 글로벌 물동량 감소에 따른 선박 공급과잉 심화와 궤를 같이 한다.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는 올해 한국 선박 수주량을 2011~2015년 연평균 수주량의 24%에 불과한 254만1000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전망했다. 공급과잉이 올해도 지속된다는 뜻이다.


선박 공급과잉으로 조선소 일감 감소의 골도 깊다. 올해 2월 기준 한국 조선업계 수주잔량은 1897만CGT로 중국(2840만CGT)은 물론 일본(1926만CGT)에도 밀린 상태다.

이미 고강도 구조조정을 겪은 조선업계와 한진해운 파산 등으로 전 세계적 불황의 충격을 받은 조선·해운업계에는 4월과 6월 추가 위기설까지 제기된다.

조선업계에는 대우조선해양이 오는 4월 44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막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정부 지원금 잔액 3800억원이 있지만 4월 이후에도 차례로 돌아올 회사채 만기가 있어 당장 이 돈을 수혈받기도 쉽지 않다.


4월 회사채 만기를 막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갈 경우 대우조선해양의 1월 말 기준 수주잔량 330억달러(약 37조9000억원, 109척)은 국가 리스크로 돌아오게 된다. 조선업계는 올해만 1만4000여명 근로자 감축 부담에도 직면했다.

해운업계에는 선박 공급과잉이 절정에 이를 6월 추가 위기설이 제기된다. 공급과잉에 대응키 위해 글로벌 대형 해운사들은 합병을 통해 오는 4월부터 2M과 오션, THE 등 3대 얼라이언스 체제로 개편된다.

국내 제1 선사로 남은 현대상선은 2M에 포함돼 있지만, '전략적 협력관계' 수준이어서 다른 글로벌 선사보다 결속력이 약해 글로벌 해운시장 불안에 충격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게다가 한진해운 사태를 본 전 세계 화주들이 국내 선사들을 외면하면서 위기감을 키운다.

업계는 동원 가능한 모든 자구책을 강구 중이다. 조선업계에는 신규수주 확대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대우조선해양은 해외 세일즈 총력전에 나선 상태다. 최대한 많은 신규수주 선수금을 확보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는 동시에 앞으로 인도 예정인 선박 건조대금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현대중공업 (130,800원 ▲3,500 +2.75%)은 분사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할 계획이다.

정부는 현대상선 (14,860원 ▲10 +0.07%)을 중심으로 한 해운업계 경쟁력 회복에 속도를 더한다는 계획이다. 1조원 규모의 한국선박해양 설립과 글로벌 해양펀드 개편(1조원), 선박 신조프로그램(2조6000억원) 운영 등을 본격화한다.

한국선박해양은 다음 달 현대상선 유상증자 참여 및 영구CB(전환사채) 인수 등을 통해 7500억원 규모 자본 확충을 지원할 예정이다. 현대상선은 내년까지 재무구조를 정상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한다는 계획이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외 선사 인수 등을 통해 규모를 키우고 글로벌 화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조선업계와의 업무협조 강화도 경쟁력 회복의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