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이재용 구속은 삼성에 기회…지배구조 개편·경쟁력 강화"

뇌물공여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이 부회장은 지난 18일 오후 2시 20분쯤 특검 사무실에 출석해 8시간 가까이 강도높은 조사를 받고 오후 10시 8분쯤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돌아갔다./사진=김창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이 삼성 지배구조 개혁을 이끌어내면서 오히려 삼성에 호재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미국 언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삼성의 실버라이닝 플레이북(Silver Linings Playbook)'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한국 최대 대기업의 지휘자가 사라졌다는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면서 "(이 부회장 구속을 계기로 한) 기업 지배구조 재편은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WSJ는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와 마찰을 빚었고 결국 캐스팅보트였던 국민연금이 나서면서 삼성 가문에 유리한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당시 한국에서 이는 일상적인 사업처럼 보였었다고 WSJ는 덧붙였다.

그로부터 1년 뒤 박근혜 대통령의 가까운 친구로 알려진 최순실의 등장이 삼성을 포함한 온 나라를 뒤흔들었고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뇌물 혐의가 드러났다고 전했다.

WSJ는 "이 부회장이 더 이상 삼성 전체를 총괄하지 않게 된다면 삼성이란 대기업은 더 투명한 구조를 수용할 수 있게될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2001년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의 사망 이후 현대의 수많은 계열사가 그랬듯이 삼성 또한 일부 기업의 분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WSJ는 "이것이 삼성 주주들에게 더 좋은 일이 될 것이고 투자자들이 이를 기업 주가에 반영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에도 삼성전자 주가가 60%나 올랐던 만큼 삼성은 이미 주주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줘야한다는 압박을 받고있다고 부연했다.

WSJ는 한국의 여러 대선 후보들이 재벌의 영향력을 제한하고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는 상법 개정안을 내놓고 있다는 점을 언급, "차기 정부가 기업 오너들을 방해할 순 있겠지만 더 좋은 기업 지배구조는 재벌에 대한 불처벌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또한 한국 경제를 더욱 경쟁력 있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언론 파이낸셜타임스(FT)도 비슷한 시각의 견해를 내놨다.

FT는 같은 날 '삼성 체포는 한국에 기회'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정치인과 대기업 간 부적절한 유착을 철저히 조사해 줄이겠다는 작업을 설득력 있게 해낸다면 한국과 삼성은 과거보다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아선 안 되지만 유죄로 밝혀진다면 법정 최고형을 받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같이 이 부회장이 사면된다면 한국은 물론 아시아에 '최악의 신호'가 될 것이란 게 FT의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