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개장] 유럽 증시 하락 출발…달러 약세·유가 하락 영향

20일(현지시간) 유럽 증시가 소폭 하락세로 출발했다. 영국 FTSE100은 7406.25, 스톡스유럽600은 377.39로 출발해 일제히 전장 대비 0.03% 하락 출발했다. 독일 DAX는 1만2051, 프랑스 CAC40은 5008.19로 모두 전장 대비 0.04% 하락했다.

달러 약세와 유가 하락이 주요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WTI (서부텍사스산원유) 가격은 미국 석유 생산량이 계속 증가하면서 배럴 당 50달러를 밑돌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이 유가 방어를 위해 지난해 합의한 감산 정책이 무산될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유가는 좀처럼 50달러 대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OPEC 보고서에 하루당 1000만 배럴을 생산, 약속한 생산량보다 더 많이 원유를 생산했다고 보고했다. 유가가 하락하면서 주요 유럽 에너지 기업들의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다.

달러 약세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은 지난 15일 금리 인상을 단행, 기준 금리를 0.75~1.00%로 0.25%포인트 올렸다. 통상 금리를 올리면 자본이 집중돼 달러가 강세를 유지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올해 두차례 금리인상을 추가적으로 단행한다고 발표한 까닭이다.

이에 따라 유로화가 달러 대비 강세를 유지했다. 달러 당 유로화는 1.0753으로 전장 대비 0.1% 올랐다. 유로화가 강세를 유지하면서 유럽 수출기업들의 주가가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독일과 프랑스 증시 하락이 눈에 띈다.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는 이날 올해 수입이 전년도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도이체방크는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시장 전망치에 미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부실 주택저당증권을 판매한 데 대한 벌금 등의 여파로 4분기 19억 유로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올해도 이를 만회할 수 있는 별다른 성장 동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네덜란드 총선에서 극우파가 미미한 성적을 거둬 극우 열풍이 일시적으로 잠잠했지만 프랑스는 예외다.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립전선(FN)에 대한 젊은층의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프랑스 여론조사기관 IFOP의 여론조사 결과에서 FN은 18~24세 젊은층에서 39%의 지지율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17일부터 이틀간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도 유럽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유럽연합(EU)은 자유무역 수호를 외치며 미국의 보호무역 철회를 강하게 압박했지만 오히려 '보호무역을 배격한다'는 기존 G20 기조에서 한발 물러난 성명을 내놨다. 세계무역시스템에 대한 EU 리더십이 점점 약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다.

EU는 중국과의 협력으로 자유무역주의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양 국가가 여러 산업군에서 무역분쟁을 벌이고 있어 이에 대한 실효성도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