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편의점으로 출퇴근한다"

30대 직장인 나편해씨(가명)의 하루는 편의점에서 시작해 편의점에서 끝난다. 대한민국 대표 1인 가구인 그는 의식주(衣食住) 중 식·주를 대부분 편의점에서 해결한다. 그렇다고 '대충' 사느냐? NO. 편의점에서 누구보다 깐깐한 나씨다.

#1. AM 7:00
전날 먹은 술이 아직도 깨지 않는다. 출근길 자연스레 발길이 향한 곳은 편의점. 한 손에는 숙취해소음료를, 다른 손에는 아침 식사 대용 바나나를 집어 들고 계산대로 향한다. 계산 전 시골집에 보낼 택배 상자도 함께 내민다. 매일 만나는 아르바이트생은 이제 함께 아침을 여는 이웃 같다.


#2. PM 12:30
점심 약속이 따로 없는 날 '12시 땡'과 함께 나씨가 향하는 곳은 회사 휴게실. 잠시 눈을 붙인다. 30분간의 꿀 같은 휴식이 업무 효율도 높여준다. 점심은 회사 근처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아니 다양하게 즐긴다. 골라 먹는 재미가 있는 도시락과 삼각김밥, 컵라면의 조합은 한 달을 꼬박 먹어도 신기하게 겹치지 않는다. 도시락에 커피까지 5000원이면 해결된다.

#3. PM 8:30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가다 어김없이 발길이 닿은 곳은 집 앞 편의점. 짜도 짜도 나오지 않는 치약과 물을 잔뜩 넣어 묽어진 샴푸가 생각난다. 생활용품 코너에서 짧은 쇼핑을 마친 뒤 눈길이 간 곳은 '신상' 코너. 해외에서 요즘 '핫'하다는 수입 젤리와 새로 나온 에너지 음료, PB(자체브랜드) 감자칩까지 1+1 행사로 챙기고 나니 돈을 번 기분이다. 마지막으로 나씨가 집어 든 것은 4개에 1만원인 수입맥주. 오늘 저녁 집에서 밀린 미드(미국 드라마)를 볼 준비는 다 갖췄다. 아차, 지난번에 맡겼던 세탁물도 찾아가야지.

편의점이 우리나라에서 문 연 지 29년. 단순 이용객부터 편의점 문화를 즐기는 마니아까지 생겼다. 하루의 시작과 끝을 편의점과 함께해 '편의점 중독'으로 불리는 사람도 있다.


실제 기타리스트 김도균은 편의점 중독으로 지금까지 1억원을 쓰고 적립금이 100만원에 달한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1인 가구 증가 등의 영향으로 간편식·소용량 제품이 많은 편의점이 인기를 끄는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 편의점 상품은 즉석식품이 대표됐지만 이젠 신선식품부터 상비약까지 다양해 고르는 재미마저 있다. 편의점업계도 소비자의 흥미를 끌 단독 상품을 선보이기 위해 별도로 팀을 조직하는 등 고객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용객 증가는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GS25·CU·코리아세븐의 지난해 순매출은 △5조6027억원(전년대비 20.4%↑) △4조9413억원(16.1%↑) △3조7040억원(11.7%↑) 등으로 각각 나타났다.

지난해 편의점 3사의 순매출은 14조248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5% 성장했다. 같은기간 백화점 상위 3사인 '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의 순매출(12조2985억원)을 2조원 가량 앞섰다. 전국적으로 편의점은 3만개가 넘는다.

업계에서는 편의점 이용률 증가 이유로 △24시간 운영 △상품 개발 등을 꼽고 있다. 특히 1인 가구의 욕구를 반영한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한다.

현재 일부 편의점의 경우 △무인택배 △세탁 △전기차 충전 △공과금 납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카페테리아, 도시락카페 등으로 특화된 편의점도 있다.

습관처럼 편의점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직장인 이모씨(34)는 "편의점이 예전에는 슈퍼마켓보다 비싼 곳으로 인식돼 가는 게 꺼려졌지만 다양한 상품·서비스가 제공돼 습관처럼 찾고 있다"며 "바쁜 현대인과 1인 가구에 적합한 상품·서비스가 많아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편의점을 단순히 이용하려는 차원에서 벗어나 즐기러 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이들은 편의점에서 새로운 것을 맛보거나 구매하는 것을 끊임없이 즐기고, 이 같은 현상은 더 확산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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