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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엉덩이가 공공재인가요?"…몰카 공포에 '히잡' 쓰는 여성들

['몰카'공화국]<1>몰카범죄 4년새 5배↑…지능화 불구 단속·처벌 제자리…女, 공중화장실서 마스크·스카프 착용도

머니투데이 이슈팀 이재은 기자 |입력 : 2017.04.19 06:30|조회 : 26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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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몰래카메라가 더 똑똑해지면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사용되고 있다. 몰카 영상은 협박의 도구로 쓰이거나 각종 음란사이트에 공유돼 많은 피해자를 낳는다. 몰카 범죄 피해자의 95%는 여성. 이들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몰카 탐지기를 사보기도 하지만 사실상 몰카 탐지는 거의 불가능하다. '예리한 창' 몰카와 '무용지물 방패' 탐지기까지 '몰카공화국' 대한민국의 현실을 3회에 걸쳐 짚어봤다.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의 옥외 광고물. 몰래카메라가 버젓이 광고되고 있다. 몰카와 몰카 탐지기는 같은 곳에서 판매된다./사진=이재은 기자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의 옥외 광고물. 몰래카메라가 버젓이 광고되고 있다. 몰카와 몰카 탐지기는 같은 곳에서 판매된다./사진=이재은 기자
#대학생 A씨(25)는 외출할 때마다 스카프를 챙긴다. 지하철역, 공원, 카페, 술집 등 공중화장실에 갈 때 얼굴을 가리기 위해서다. 이 습관은 몇 년 전 소라넷 등 불법 사진·영상 공유사이트의 화장실 몰래카메라 사진을 본 뒤 생겼다. A씨는 "몰카를 피할 수 없으니 얼굴이라도 가려야 한다"면서 "히잡(머리·목을 가리는 이슬람 여성복) 쓰고 사는 삶"이라고 자조했다.

몰래카메라 범죄가 4년새 5배 이상 급증했다. 아무 제재없이 몰카를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몰카 구입은 청소년들이 술·담배를 구하는 것보다 쉬울 정도다. USB·안경·펜·모자·단추 등 다양한 형태로 몰카가 진화해 단속이 여의치 않다. 몰카 해상도가 높아져 피해 노출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여성은 마스크·스카프를 쓰고 공중화장실을 이용하거나 수십만원에 달하는 몰카 탐지기를 구입한다. 몰카에 따른 피해가 늘면서 관련 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19일 경찰청에 따르면 카메라 등을 이용·촬영한 범죄(몰카 범죄)는 2011년 1523건에서 2015년 7623건으로 늘었다. 피해자의 95% 이상은 여성으로 대부분 지하철, 공중화장실, 여성 전용 탈의실 등에서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촬영하고 유포한 범죄다.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왼쪽)와 용산구<br />
 전자상가(오른쪽). 몰카를 판매하는 가게들이 즐비하다./사진=이재은 기자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왼쪽)와 용산구
전자상가(오른쪽). 몰카를 판매하는 가게들이 즐비하다./사진=이재은 기자
몰카 범죄 증가에는 손쉽게 몰카를 구매할 수 있는 현실이 깔려있다. 서울 용산구에서 몰카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몰카 영상을 찍고 싶어도 장비가 없으면 불가능한 게 사실"이라며 "몰카를 찾는 고객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고객 요구에 맞춰 (몰카를) 추천해 준다"고 귀띔했다.

대중교통·화장실·숙박업소 등에서 몰래 촬영된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무분별하게 유포되면서 피해도 확대되고 있다. 몰카 피해를 입은 대학생 B씨(22)는 "우연히 내가 찍힌 영상을 보게 됐는데 온라인으로 마구 퍼져 모두 지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더라"라며 "지금은 자포자기한 상태"라고 푸념했다.

일부 여성들은 본인을 몰카의 잠재적 피해자로 여겨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자신이 이미 몰카에 찍혔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는 직장인 C씨(26)는 "밖에서 최대한 화장실에 가지 않으려고 일부러 물도 적게 마신다. 어쩔 수 없이 화장실을 가게 될 때는 얼굴을 마스크로 가리고, 몰카가 없는지 살핀다"고 토로했다. 인터넷에서 '몰카 조심하기 수칙' 등을 찾아봤다던 그는 "화장실에서는 몰카가 자주 발견된다는 휴지통 주변을 발로 차고, 누가 카메라를 넣어 찍는 것은 아닌지 위아래를 모두 살핀다"며 "내 엉덩이가 공공재도 아니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때도 많다"고 말했다.

"내 엉덩이가 공공재인가요?"…몰카 공포에 '히잡' 쓰는 여성들
몰카에 대한 피해와 공포가 커지고 있지만 관련 범죄에 대한 처벌은 미약하다. 한국여성변호사회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2389건의 몰카범죄 피고인 범행 조사 결과 10명 중 7명이 벌금형에 그쳤다.

현재 몰카 범죄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벌된다. 타인의 의사에 반해 성적 욕망 및 타인의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신체 부위를 촬영, 유포할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인터넷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다양한 몰래카메라들. /사진=온라인 쇼핑몰 캡처
인터넷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다양한 몰래카메라들. /사진=온라인 쇼핑몰 캡처
전문가들은 몰카 범죄를 차단할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규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예나 디지털성폭력아웃 대표활동가는 "몰카를 제대로 규제하고 처벌할 수 있는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며 "몰카 찍는 행위뿐만 아니라 몰카 소지가 '불법'이 된다면 경각심을 갖게돼 인식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관련 입법을 검토하고 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라넷 폐지를 통해 몰카 등의 범죄가 중범죄라는 인식이 생겼듯 몰카판매규제법안은 의식 개선 차원을 넘어 실질적 효과까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박주민 의원은 몰카 피해방지를 위한 법안 발의에 힘을 보탤 의사를 밝히면서도 "몰카 판매 자체를 막는 법은 집행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몰카 영상을 유포하는 행위 등의 처벌을 강화하는 쪽이 현실성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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