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금해제 일본으로 떠난 최태원 회장…도시바 인수전 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도시바 인수전을 위해 24일 오후 서울 강서구 공항동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사진=임성균 기자

최태원 SK (163,400원 ▲2,100 +1.30%)그룹 회장이 24일 오후 2시 김포국제공항에서 전용기를 타고 2박3일간의 일본 출장길에 올랐다.

지난 17일 출국금지가 해제된 지 일주일 만이다. 올해 첫 행선지로 일본을 선택한 이유는 SK하이닉스 (177,800원 ▲7,200 +4.22%)의 도시바 인수전을 진두지휘하기 위해서다. 최근 도시바 인수전의 판세가 미국·일본으로 기울었다는 추측이 나오는 가운데 최 회장의 이번 행보가 이를 뒤집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날 검은색 뿔테 안경과 얇은 점퍼, 하늘색 와이셔츠 차림으로 김포공항 비즈니스센터에 온 최 회장은 인수전 관련 질문에 "다녀와서 얘기하겠다. 당장은 할 말이 없다"고 짧게 답했다. 전용기에 오른 것은 최 회장 혼자였다. 이번 일본 출국길에는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를 주도한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동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는 지난해 해외 원전사업으로 막대한 손실을 본 뒤 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지분 매각에 나선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 2위(20.4%)인 도시바를 잡아 시장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에 M&A(인수·합병)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도시바 인수전을 둘러싼 현재 상황을 보면 지난달말 1차 입찰 결과 SK하이닉스와 대만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 미국 브로드컴, 미국 웨스턴디지털 등이 유력 인수후보로 떠올랐다. 다음달 2차 입찰을 거쳐 도시바의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될 전망이다.


현재 상황은 SK하이닉스에 유리하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인수금액 면에서는 1차 입찰 때 3조엔(약 31조원)을 써냈다고 전해지는 대만 훙하이에 밀리는 상황이다. 도시바와 협력 관계 측면에서는 미국 웨스턴디지털에 비해 불리하다. 웨스턴디지털은 도시바 공장에 투자하는 등 우호적인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게다가 중국 등으로의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일본 정부가 도시바 인수를 위해 미국 사모펀드와 손 잡을 것이라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관민펀드 산업혁신기구와 일본정책투자은행, 미국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가 컨소시엄을 이뤄 다음달 2차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본입찰 때는 달라질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최 회장은 '협업'에 방점을 뒀다. 그는 지난 20일 사회적기업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단순히 기업을 돈 주고 사는 것보다 좀 더 나은 개념에서 생각해보도록 접근하겠다"며 도시바와의 협업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최 회장의 구체적인 전략은 알려진 바가 없으나 업계에서는 도시바 반도체에 대한 향후 투자와 고용 승계 등을 언급하며 경영진을 설득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