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업계 '슈퍼사이클' 현실화…1분기 줄줄이 역대급 실적

석유화학업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도 줄줄이 역대급 실적을 내면서 '슈퍼사이클(장기호황)' 진입이 가시화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화학업계 '빅2'인 LG화학 (373,500원 ▲500 +0.13%)과 롯데케미칼 (100,000원 ▼400 -0.40%)이 각각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올렸고, 정유업계 맏형인 SK이노베이션 (106,700원 ▼800 -0.74%)도 화학사업 사상 최대 실적에 힘입어 전체 영업이익 1조원을 넘겼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영업이익 기준 석유화학업계 1, 2위인 롯데케미칼과 LG화학이 올린 매출은 10조4826억원, 영업이익은 1조6120억원을 달성했다. 두 회사 실적만으로 분기 매출이 10조원, 영업이익은 1조5000억원을 넘긴 것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롯데케미칼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8151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매출액도 3조99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9% 올랐다. 또 LG화학은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6조4867억원, 영업이익 7969억원을 기록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매출액 6조원을 넘겼다.

정유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석유화학부문(SK종합화학·SK인천석유화학)도 1분기 영업이익 4547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석유사업이 전통적으로 강했던 SK이노베이션의 전체 실적 중 석유화학 비중이 45.2%를 차지하며 석유사업보다 처음 앞서게 됐다.

SK이노베이션 (106,700원 ▼800 -0.74%)의 경우 석유사업에서 정제마진(제품 가격과 원유간 가격차 수익)이 지난해 4분기보다 줄었음에도 견조한 석유화학부문 수익에 힘입어 영업이익 1조원을 넘겼다.


에쓰오일(S-Oil (74,000원 ▼2,000 -2.63%))도 1분기 영업이익 3238억원 중 1396억원(43%)을 석유화학부문에서 벌었다. 정유부문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 줄었지만, 석유화학 영업이익이 지난해 4분기보다 75.2% 늘면서 선방했다.

석유화학업계가 줄줄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는 것은 제품 가격 시황이 견조하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의 쌀'이라 불리는 에틸렌부터 시작해 벤젠, 파라자일렌(PX), 부타디엔(BD) 등 글로벌 수요가 견조하고 경쟁사들의 대규모 설비 증설 등이 없어 제품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유가도 50달러 안팎의 '박스권'에서 움직이고 있어 안정적이다. 미국과 사우디 주도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경쟁으로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는 데다 제품 가격이 좋아 스프레드(원유가와 제품가격 차로 얻는 수익)가 높게 형성되면서 석유화학업계가 대규모 생산으로 높은 실적을 거두는 것이다.

특히 강세를 보이는 것은 '영업이익률'이다. 롯데케미칼은 20%, LG화학 12%, SK이노베이션 화학부문 19%, 에쓰오일 화학부문 18% 등 20%에 육박하는 높은 영업이익률을 보이고 있다.

슈퍼 호황을 맞은 SK하이닉스(39%)나 삼성전자(40%)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지만 자동차 업계를 대표하는 현대차(5.4%)나 통신업계 SK텔레콤(9%) 등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주요 화학제품 스프레드가 올해까지 높게 형성될 것으로 예상돼 좋은 실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며 "화학사들이 설비 투자나 인수·합병(M&A) 등에도 적극적인 만큼 장기호황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