깍두기는 몇 센티로 썰어야 하나…정답은 2번?

"깍두기를 담글 때 반드시 몇 센티미터(㎝)로 썰어야 하는지 아세요? 저도 처음 듣습니다만, 2㎝가 정답이라고 합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어느 중학교에서 치러진 기술·가정 중간고사 기출문제를 언급하면서 "깍두기를 담글 때는 2㎝ 크기로 팔모썰기를 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한다"며 "인공지능(AI) 시대를 앞두고 교육현장은 무모한 암기 위주의 대학입시와 주입식 교육이 여전한 것이 현실이다"라고 지적했다.


새 시대를 맞아 재계는 지금과 같은 틀에 박힌 교육으로는 4차 산업혁명 대비는커녕 남아 있는 국가경쟁력마저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존 교육 틀에서 창의성과 유연성을 강화하는 교육으로 패러다임을 과감하게 전환하고, '산업수요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는 차원에서 산업계의 목소리를 대학 교육과정에 대폭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계 최고 수준 대학진학률…국가경쟁력은 '물음표'=우리나라 고등학생의 대학진학률은 2014년 기준 70.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터키(73.6%) 다음으로 높다. OECD 회원국 평균인 56%와 비교할 경우 최상위 수준이나 국가경쟁력은 33위에 그친 것이 한국 교육의 현주소다.

이와 대조적으로 10년 가까이 국가경쟁력 '세계 1위'라는 타이틀을 놓지 않고 있는 스위스의 고교생 대학진학률은 세계 최저 수준인 36%에 불과하다. 일명 '스위스의 역설'이라고 불리는 이 같은 기록은 고등교육 진학률이 무조건 높은 것이 국가경쟁력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교육열은 세계 최고인 반면, 성과는 빈약한 한국교육'은 무엇보다 깍두기 크기조차 정답으로 정해놓은 교과서처럼 대입 위주의 주입식, 획일식 교육 탓이 크다는 것이 교육계의 목소리다.


이에 따라 기존의 교육틀에서 창의성·유연성 교육으로 갈아타기 위해서는 오직 하나의 답만 강요하는 '콘텐츠'(Contents) 위주에서 문제 해결 과정 자체를 중시하는 '콘텍스트'(Context) 교육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럴 경우 교실은 교사와 학생이 적극적으로 토론을 벌이고, 시험 역시 논술형 문제를 출제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창의력과 독창력, 개발시간은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를 갖추게 된다.

이인석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고등학생의 대학진학률과 국가경쟁력과는 직결되는 요소가 그렇게 많지 않다"며 "사회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산업계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기존의 틀을 깨는 교육을 과감하게 시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입사원 한 명 재교육에 18개월 소요…연간 6000만원 투입=보통 4년제 대학은 '교양영어', '글쓰기' 등은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편이나 소프트웨어(SW) 등 이공계열 교양과목을 필수로 못 박은 대학은 그리 많지 않다.

재계는 학부생들의 전공과 적성이 제각각인 것을 감안해 무리가 따르지 않는 수준에서 SW교육의 필수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SW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없이 애플과 구글 등 글로벌 기업과 제대로 경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재계는 이와 같은 산업계의 의견이나 입장을 대학 교육과정에 충분히 녹여 산업의 수요와 대학의 교육이 맞지 않는 '인력 미스매치 현상'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야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현재 산업체의 요구에 따라 4년제 대학 등에 특별 교육과정을 설치·운영하는 '계약학과'가 대표적인 예다.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와 성균관대가 공동으로 세운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의 경우 시스템SW실습1(2학점), 기초전기회로실험(2학점), 마이크로전자회로실험(2학점), 아날로그집적회로설계(3학점), 반도체현장실습2(6학점) 이론부터 실습까지 업계의 요구를 대폭 반영해 사실상 재교육이 필요 없다. 졸업생은 바로 삼성전자에 입사하게 된다.

이경상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신입직원 한 명을 재교육하는데 무려 18개월이 소요되고, 연간 600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며 "산업수요 맞춤형 인재는 단순히 기업들의 안정적인 인력을 수급하는 수준을 넘어 국가경쟁력과 직결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