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승마협회 임원 "삼성, 올림픽선수 지원한다고 들었다"

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77,200원 ▲900 +1.18%) 부회장의 재판에서 '당초 삼성이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의 딸인 정유라 씨 외에도 다른 선수도 함께 지원하려 했다'는 전 대한승마협회 임원의 증언이 나왔다.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의 제20회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종찬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는 "삼성에서 정 씨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삼성이 (대한승마협회) 회장사가 됐기 때문에 협회에 소속된 선수들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박원오 씨가 그랬다"고 진술했다.

김 씨가 언급한 박 씨는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로, 정유라 씨의 독일 승마 훈련을 지원하는 등 최순실 씨와 가까운 인사로 꼽힌다. 이날 재판에서 김 씨는 삼성의 '승마지원 중장기 로드맵' 최초 제안자로 박원오 씨를 지목했다.

김 씨는 '삼성의 승마지원이 정 씨만을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못 들었느냐'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질문에는 "정 씨라고 꼬집어서 얘기한 것은 아니고 국가대표 선수들이니까, 2020년 올림픽에 나가는 선수를 위한 것이라고 들었다"며 "그 중에 정 씨가 포함됐다는 것은 특별히 몰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삼성에서 체결한 용역계약이 결과적으로 정 씨만 지원하게 됐다'는 특검의 언급에 대해 김 씨는 "2015년 12월 이후에, 박 씨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귀국한 다음에야 알았다"고 말했다.

특히 김 씨는 "박 씨로부터 삼성의 정 씨에 대한 지원은 최 씨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도와줘 받을 수 있었다고 전해 들었다"며 "그게 사실이라면 보통 얘기가 아니라서 깜짝 놀랐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박 씨가 김 씨에게 어떻게 이 같은 말을 했는지는 박 씨가 증인으로 출석하는 31일 재판에서 제대로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판에 출석한 이 부회장은 평소와 같은 정장 차림으로, 특검과 변호인단이 보여주는 자료를 적극적으로 살펴주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재판 중간에는 안경을 벗은 상태로 변호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등 크게 피곤한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재판에 임했다.

한편, 이날 공판도 또 자정을 넘겼다. 29일 오후 2시 시작한 이 부회장 등 삼성 임원 5명에 대한 20회 공판은 약 12시간만인 30일 오전 1시45분께 끝났다. 앞서 지난 26일의 19회 공판도 15시간을 넘어 이튿날 새벽 1시경 끝날 정도로 공방이 치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