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시작된다는 '하지'… 비소식 없이 곳곳 '시름'

머니투데이

모락팀 이재은 기자

지난 20일 오후, 경기 안성 일죽면의 한 감자밭. 농부가 아직 채 여물지 못한 감자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극심한 가뭄이 이어진 20일 오후 세종시 전동면을 가로지르는 조천천이 쩍쩍 갈라진 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사진=뉴시스

오늘(21일)은 24절기 가운데 열 번째 절기인 하지(夏至)다. '하지가 지나면 구름장(넓게 퍼진 구름덩이) 마다 비가 내린다'는 속담이 있듯 본격 장마가 시작되는 시기지만 오늘도 내륙 일부에만 잠깐 소나기 소식이 있을 뿐, 장맛비는 다음 달이 돼야 내리기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가뭄이 이어져 전국 곳곳에서 시름의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21일 기상청 등에 따르면 올해 평균 누적강수량은 187㎜로 평년(369㎜)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1973년 이후 40여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농업용수 저수율이 41% 수준에 그쳐 현저히 부족하고 6~7월 강수량이 적은데다 장마도 늦어져 8월에나 가뭄이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경찰은 각 지역 농가를 상대로 시행 중인 살수차 등 급수 장비 지원을 연장키로 했다. 21일 경찰청 경비국은 지난 3일부터 지원 중인 살수차 등 급수장비를 가뭄 극복 시까지 계속 지원한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오후, 경기 안성 일죽면의 한 감자밭. 농부가 아직 채 여물지 못한 감자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적은 비와 연이은 더위에 농가의 시름도 깊어졌다. 본래 '하지'에는 감자가 제철이라 강원도 평창군 일대에서는 하지 무렵 감자를 캐어 밥에다 하나라도 넣어 먹어야 감자가 잘 열린다고 전해질 정도지만, 가뭄과 폭염으로 인해 감자는 알이 텅 비었다.

본래 우리나라는 3~4년에 한번씩 한재(旱災·가뭄으로 인한 재앙)를 빈번히 당해 기우제가 성행, 보통 하지가 지날 때까지 비가 내리지 않으면 기우제(祈雨祭)를 지냈다. 올 하지가 지나면 농촌 곳곳서 기우제 지내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