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委 노사 줄다리기 본격화…소상공인 대책 격론

뉴스1 제공

(세종=뉴스1) 박정환 기자 =

어수봉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27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내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장에서 열린 제4차 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최저임금위는 내년도 최저임금의 법정 심의 기한을 이틀 앞둔 관계로 오늘부터 사흘 간 전원회의를 개최한다. 2017.6.27/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의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됐지만 양측은 최저임금 최초안 제시보다는 소상공인 대책을 먼저 논의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소상공인 대책에 큰 틀에서 공감했지만 각론에서 차이를 보이며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제4차 전원회의 본격적인 협상…소상공인 대책 공감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고용노동부 소속 최저임금위원회는 27일 오후 3시쯤 정부세종청사에서 '제4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최저임금위는 공익위원(정부측) 9명, 사용자위원(경영계) 9명, 근로자위원(노동계) 9명 등 총 27명으로 구성돼 매년 최저임금을 심의해 결정한다. 이날 회의에는 공익위원 8명, 사용자위원 8명, 근로자위원 7명 등 총 23명이 참석해 의결 정족수(과반)를 충족했다.

앞서 최저임금위는 지난해 최저임금 결정에 반발하며 위원회를 탈퇴한 한국노총·민주노총 등 노동계의 복귀로 11개월만에 정상가동해 지난 15일 제3차 전원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당시 회의가 경영계와 노동계의 기본적인 입장교류를 위한 '상견례' 자리였다면, 이날 제4차 전원회의에서는 최저임금 결정에 대한 양측의 주장이 드러나며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되는 모습을 보였다.

회의 시작 전 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원 인상요구를 내비치며 소상공인에 대한 대책 마련을 해야한다는 입장을 먼저 밝혔다.

근로자위원인 김종인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노동계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득주도 사회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목적"이라며 "하지만 일부 중소기업, 자영업자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은 이어 "회의 전 노동계는 일자리위원회에 소상공인 대책안을 제시하기도 했다"며 "해당 대책에 대해 노동계 의원 전원의 의견을 모아서 공식 안건으로 채택해 심도있게 경영계와 얘기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근로자위원들은 이날 오전 서울 창성동 일자리위원회를 방문해 이용섭 부위원장과 면담하고 '영세자영업자·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 관련 제도개선 건의안'을 제출한 바 있다.

제출안에는 Δ최저임금 인상분에 대한 원청 분담 의무화 Δ공공부문 입찰계약 시 최저임금 인상분 자동 연동 Δ반값 임대료 실현을 위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 Δ가맹수수료 절반 인하, 본사 마진 제한 등 대리점·프랜차이즈 등의 재벌 모기업 갑질 근절 등의 내용이 담겼다.

반면 경영계는 "정부의 소상공인을 위한 대책부터가 믿을 수 없다"며 빗장을 놨다.

사용자위원인 김대준 한국컴퓨터소프트웨어판매업협동조합이사장은 "지난 7년간 최저임금은 물가상승률에 비해 2~3배 올랐지만 소상공인들은 생업을 포기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최근 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방안은 정말 경악스럽고, 소상공인에 대한 정부 대책을 믿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최저임금위원회 위원들이 27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내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장에서 열린 제4차 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최저임금위는 내년도 최저임금의 법정 심의 기한을 이틀 앞둔 관계로 오늘부터 사흘 간 전원회의를 개최한다. 2017.6.27/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경영계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안 제시…노동계 '반대'

경영계는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별도로 정하는 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사용자위원인 이동웅 한국경총 전무는 "중소기업은 최저임금을 사실상 임금 지표로 활용하고 있으며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어려운 사업장이 많은만큼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별도로 정하는 안을 토론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동계는 그러나 소상공인 대책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공감하면서도 저소득 노동자의 입장을 먼저 배려해야 한다며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안에 반대했다.

이밖에도 노동계 측은 최저임금을 월별로 산정해서 지급하자는 요구도 제시했지만 경영계 측은 시간별로 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날 회의는 3시간50분 가량 진행된 끝에 오후 6시50분쯤 마무리됐다. 관심을 끄는 최저임금 최초안은 오는 28일 개최될 제5차 전원회의에서 본격적으로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공익위원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노동계는 이미 최초제시안을 정했지만 경영계에서 아직 정리를 하지 못한 것 같다"며 "5차회의에서 함께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위는 4차, 5차 전원회의에 이어 29일에는 제6차 전원회의를 열고 협상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최저임금 협상의 법정 심의기한은 오는 29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