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은행의 경계, 아마존과도 경쟁해야 하는 시대

국내 은행장들은 2025년에는 업종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은행이 다른 분야의 기업과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미 IT(정보기술)회사와 플랫폼회사가 송금과 대출중계시장에 뛰어든데 이어 유통회사도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란 예상이다.

은행장들은 5일 머니투데이와 서면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의 발전, 오프라인채널의 감소, 비은행의 금융업 진출 등에 맞서 비대면 서비스를 확대하고 이종산업간 협업을 늘려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경섭 NH농협은행장은 “최근 도요타는 탑승자의 취향을 분석해 관심 있는 뉴스를 제안하고 차내 조명과 향기 등을 자동 설정하는 기술을 공개했다”며 “과거 운송수단으로만 여겨지던 자동차가 새로운 금융채널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2025년에는 채널, 업종, 국경의 경계가 없는 경쟁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며 “아마존과 같이 방대한 고객 빅데이터를 확보하고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들이 은행의 가장 큰 경쟁상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이 경계 없는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안으로는 빅데이터에 기반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가 제시됐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2025년 은행은 손님의 실시간 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모바일 등 비대면 플랫폼을 활용한 다양한 비즈니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외부 비금융 제휴사와 연계해 여·수신과 자산관리 이외에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가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은 “앞으로는 24시간, 365일 고객이 편한 시간과 장소에서 고객이 원하는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채널의 경계 없이 국내나 해외, 오프라인이나 온라인 등 어느 곳에서든 끊김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프라인 지점에 대해서는 은행장들 모두 축소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데 공감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일상적인 뱅킹서비스가 디지털 채널로 제공되고 지점의 운영 효율성을 향상하기 위한 지점의 소형화 또는 무인점포 등 새로운 형태의 지점이 보편화 될 것”이라며 “고객이 어떤 채널로 접근하더라도 같은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옴니채널(Omni-Channel) 체계 구축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프라인 지점은 숫자가 줄면서 그 형태도 바뀔 전망이다. 은행, 증권, 보험 등의 금융업권간 통합이 이뤄져 종합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합점포 형태가 주를 이룰 것이란 예상이다. 타업종과 연계해 유통매장이나 편의점, 카페가 금융점포 내에 들어와 상품을 판매하는 숍인숍(Shop in shop) 형태의 은행 점포도 출현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의 간단한 업무는 AI(인공지능)가 대체하면서 오프라인 점포와 은행원은 줄겠지만 고객 상담 기능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은행의 윤 행장은 “인간이 지능으로는 AI를 이길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감성’에 관한 부분은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인공지능 시대에도 90% 이상의 확률로 살아남을 분야가 세일즈”라고 강조했다.

KEB하나은행의 함 행장도 “전문가의 의견에 따르면 스스로 업무처리 방식을 학습해 인간과 같은 사고가 가능한 소위 ‘강 인공지능’이 등장하려면 50년은 걸린다”며 “AI는 사람이 반복적으로 처리하는 업무를 지원하는 수준에서 활용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