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갱신인데 설계사 수당 뗀 실손보험료, 적정성 논란

보험사들이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을 갱신할 때 ‘갱신보험료’에 설계사 모집 수당 등 신계약비를 10%가량 떼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실손보험은 통상 1년마다 자동갱신 되기 때문에 신계약비가 거의 들지 않는데도 보험사들이 수년간 편법으로 보험료를 인상해 왔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가 전국민 68%가 가입한 실손보험의 보험료 인하를 압박하는 와중에 편법 인상 비판이 제기돼 주목된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보험사들이 보험료를 적정하게 올렸는지 지난 4월부터 감리를 진행 중이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국민 3456만명(2016년 9월말 기준)이 가입한 실손보험은 가입 후 1년마다 자동 갱신된다. 2009년 실손보험 표준화 이전에 가입한 경우 3~5년마다 갱신돼 보험료가 오른다. 판매된 실손보험의 97%는 만기가 수십년인 주계약에 붙은 ‘특약형’이라 주계약 만기에 맞춰 자동 갱신되는 구조다.

문제는 보험사들이 실손보험을 갱신할 때 갱신보험료에 설계사 신규 모집 수당 등 신계약비를 포함시켜 왔다는 점이다. 보험상품 수수료인 사업비는 크게 신계약비와 유지·관리비로 나뉜다. 신계약비는 계약을 신규로 모집할 때 드는 비용으로 주로 설계사 모집수당으로 지급된다. 최근 보험업계 내부에서는 갱신할 때 신계약비를 부과해선 안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예컨대 40대 남성이 실손보험료를 월 3만원씩, 연간 36만원 낸다면 이중 12%인 4만3200원은 신계약비로 떼인다. 4만3200원 중 약 70%인 3만원은 설계사 모집 수당으로 지급된다. 그런데 1년 뒤 자동갱신 될 때도 보험사들은 연납 보험료의 10%를 신계약비 명목으로 떼가고 있다.


갱신할 때마다 실손보험료가 오르기 때문에 신계약비 비중이 10%로 낮아져도 수수료는 떨어지지 않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을 갱신할 때 사전 안내장을 발급하려면 약간의 신계약비가 들긴 하지만 설계사에게 신규 모집 수당을 또 주는 것은 문제가 있어 업계 내부에서도 비판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갱신보험료를 이같이 편법으로 올려온 이유는 2015년 이전까지 금융당국이 실손보험료 인상을 인위적으로 억제한 영향이 크다. 병·의원 과잉진료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 남용으로 지급 보험금이 눈덩이처럼 불었는데 금융당국은 보험금 예상 지급액을 결정하는 예정위험률을 매년 120% 이내로 묶어 보험사들이 위험보험료를 제대로 올릴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사업비를 올려 설계사 수당을 주고 남는 돈으로 적자를 만회하려고 했다는 설명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신계약비를 못 받게 하려면 예정위험률 조정폭을 현실화해야 한다”며 “갱신 때 설계사 수당을 추가로 지급하지 않으면 설계사들은 돈이 안되는 실손보험을 아예 팔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갱신 때 신계약비를 붙이지 못하면 앞으로는 가입 첫해에 높은 신계약비를 부과해 보험료가 크게 오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손보험 만큼은 아니지만 3년~5년짜리 갱신형 상품도 신계약비를 떼고 있다는 설명도 나온다.

보험업계의 이같은 문제 제기와 상반되게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실손보험료 인상 제한폭을 2015년 수준인 25% 이내로 억제하기로 했다. 또 보험사들이 건강보험 재정 확대로 5년간 1조6000억원의 반사이익을 누렸다며 보험료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지난해에만 실손보험에서 1조6432억원의 적자를 봤다며 맞서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4월부터 보험사들이 실손보험료를 적정하게 올렸는지 감리를 진행 중이다. 권순찬 금감원 부원장보는 “실손보험 손해율이 제대로 산출됐는지, 그동안 사업비와 위험률이 제대로 반영됐는지 감리를 진행하고 있다”며 “반사이익도 따져 보험료 인하 요인이 있는지 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