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안전성 확보 위한 검토 필요"

“탈원자력발전은 원전을 당장 혹은 단시일 내 폐쇄한다는 개념이 아닙니다.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은 수명기간 동안 철저한 안전관리 아래 전력생산을 지속하고, 원전 비중을 점차 낮춰가자는 것입니다.”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공사중단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산업분야(신재생에너지) 정책특보로 활동한 박수훈 극동대학교 초빙교수는 ‘영구중단’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13일 서울 서린동 머니투데이 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석탄·석유 비중을 줄이겠다는 것이지 안 하겠다는 건 아니다”라며 “안전하게 돌아가는 걸 무조건 세우는 게 아니라 안전하지 않을 때 과감히 세우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참여정부 인수위원회의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으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상임감사,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연구원 등을 두루 역임한 에너지 분야의 전문가다.

박 교수는 특히 “탈원전 정책과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과 개연성은 낮다”고 거듭 말했다. 또 “오히려 안전성 확보를 위한 검토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신고리 5·6호기 일시 건설중단을 탈원전 정책의 신호탄으로 보기 보단 설비 개선 등 안전성 확보를 위한 시간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얘기다.


신고리 5·6호기는 신고리 3·4호기와 동일한 노형인 APR1400이다. 우리나라가 독자 설계해 건설 중인 최신 발전노형으로 아랍에미리트(UAE) 수출모델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현재 상업 운전중인 신고리 3호기 이외에도 시운전중인 신고리 4호기, 건설공정율이 90% 이상인 신한울 1·2호기 모두 이 모델을 썼다.

APR1400은 설비 용량 140만㎾급 가압경수로다. 기존의 OPR1000(100만㎾급)보다 40% 용량이 크다. 상용 원전 기준으로 세계 최대 용량(140만~150만㎾) 수준이다. 설계 수명은 60년이다.

그는 신고리 3호기가 상업 운전을 개시하기도 전에 8조원에 달하는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추진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통상 신형원전은 1기를 건설해 18개월 상업운전을 한 뒤, 1주기(1년6개월) 핵연료를 교체하는 운전정지 기간에 안전 점검을 수행한다”며 “이런 과정을 거쳐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후속 호기의 설계를 수정하거나 부품 디자인을 개선하는 등 업그레이드를 거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신고리 5·6호기 역시 신고리 3호기 핵연료 교체주기인 내년 상반기 중 시작되는 비파괴검사 등 1주기 운전에 따른 안전성 검사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수정·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고 적용하면서 건설을 추진하는 게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APR1400은 현재 국내 6개 호기, 해외에는 4개 호기를 수출했다. 그는 “발전설비 역사상 유례가 없는 10개 호기 연속계약 과정을 이번 기회에 면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한 번도 운전해보지 않고, 운전에 따른 안전진단도 하지 않은 3조~4조짜리 설비를 10개씩 발주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논리다.

박 교수는 또 “10개 호기 단가가 계속 상승한 것에도 의구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2012년 신고리 3·4호기는 6조4811억원, 신울진 1·2호기는 6조2981억원, 신고리 5·6호기는 7조6168억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원자재 등의 가격이 오르지 않았는데 동일한 노형의 가격이 계속 올랐을 뿐 아니라 지난해 기준 신고리 5·6호기 예산은 8조6254억원으로 더 늘어 났다. 그래서 같은 설계로 원전을 짓는데 신고리 5·6호기가 현저하게 예산이 증가한 부분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견해다.

박 교수는 “주민 보상비, 재료비 상승을 고려해도 왜 이렇게 크게 차이가 나는지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필요하다”며 “이 역시 건설 중단의 주된 요인이 될 수 있고, 이를 그대로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하려면 원가 상승 요인에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함께 해줘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