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만 월 1000만원"…장학재단 꿈꾸는 삼계탕집 '기부천사'

백운기 원조호수삼계탕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돈은 버는 것보다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아는 게 중요합니다. 잘 써야 그만큼 또 채울 수 있는 거죠. 저에게는 기부와 나눔이 돈을 잘 쓰는 방법입니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만난 백운기 원조호수삼계탕 대표(43)는 연매출 40여억원의 서울 3대 삼계탕 전문점을 운영하는 사람답지 않게 소탈한 모습이었다. 게다가 인터뷰 내내 대단한 일을 해온 건 아니라고 부끄러워했다. 하지만 그는 본인과 가족 이름으로 매달 1000만원 이상을 각종 사회단체에 기부하는 특별한 '기부천사'다.


그는 2013년부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매월 300만원씩 기부해 본인 이름의 기부액이 1억원을 넘겨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하게 됐다. 지금은 부인 이름으로 매월 300만원을 기부하고 있다. 부인도 기부액 1억원을 채우면 세 명의 자녀 이름으로 계속 기부를 이어갈 생각이다. 온가족이 나눔에 동참한다는 취지이자 세상에서 가장 명예로운 일이라는 생각에서 부인과 자녀들에게 주는 선물이다.

◇우편물에 실려온 기부 인연…기부액만 월 1000만원= 백 대표가 나눔과 기부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5년 전 어느 날 가게로 배달돼온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우편물이었다. 우편물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주관하는 '착한 가게'에 가입해 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착한 가게'는 매월 3만원 이상 기부하는 자영업 가게에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부여하는 칭호다.

당시 나눔의 방법을 고민하고 있던 백 대표의 마음이 우편물을 보고 움직였다. 그는 즉시 우편물에 나와 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백 대표는 "월 3만원은 너무 적은 것 같아 더 기부를 할 수 있냐고 물었다"며 "원하는 만큼 기부가 가능하다는 대답을 듣고 매달 300만원씩 기부하겠다고 했더니 전화 받으신 분이 깜짝 놀라더라"고 말했다. 이것이 본격적인 기부 생활의 시작이었다. 이후 꾸준히 기부를 이어간 결과 1억원 이상 기부자들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에도 가입하게 됐다.

백운기 원조호수삼계탕 대표의 아너소사이어티 가입당시 모습. /사진제공=사회복지공동모금회.

백 대표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뿐만 아니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도 매월 100만원씩 기부한다. 아내와 아이들은 매월 1만원에서 10만원씩을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기부하고 있다.

백 대표는 "한 달에 가족 이름으로 기부하는 금액만 1000만원이 넘는 것 같다"며 "사회복지공동모금회나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등 큰 금액이 나가는 곳 외에도 일일이 다 기억하지 못하는 곳에 자동 결제되는 기부 액수도 꽤 많다"며 "얼마를 기부한다는 금액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필요한 곳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대표는 앞으로도 본인과 가족 이름으로 상당 금액을 매월 꾸준히 기부할 생각이다. 그는 "남들이 들으면 배부른 소리라고 할 수도 있지만 한 번에 큰 금액을 기부하는 건 일회성의 느낌이 든다"며 "열심히 일하고 벌어서 매월 소득의 일정 금액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나눔을 지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가난으로 학업 포기한 아버지 영향…장학재단 만드는 게 목표= 백 대표의 기부 행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은 원조호수삼계탕 1대 경영자였던 부친이다. 1990년에 살던 집을 개조해 삼계탕 집을 연 백 대표의 부친은 2011년에 암 투병 끝에 타계했다.

백 대표는 "어려운 시절 초등학교 공부도 마치지 못한 것이 한이 되셨는지 돌아가시기 전 대학원까지 입학할 정도로 공부를 열심히 하셨다"며 "아버지의 대학 졸업식에 갔다 아버지가 학교에 가족들 모르게 4년 동안 매년 1000만원씩 기부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백 대표의 부친은 본인이 가난의 설움을 잘 알아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음식 값도 받지 않았고 인근 학교의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남몰래 장학금을 지급했다. 백 대표는 아버지의 나눔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고 회상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아버지가 장학재단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끝내 꿈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셨다는 점이다. 백 대표는 "아버지가 돈이 없어 정규교육을 제대로 마치지 못했기 때문에 생전에 학생들을 돕는데 관심이 많았다"며 "아버지 영향으로 나도 기부할 때 형편이 어려워 공부를 이어가지 못하는 아이들 위주로 기부금을 써 달라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선친의 뜻을 이어받아 장학재단을 세우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2년전부터 서울 영등포 지역 학생들을 위한 장학회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이 장학회를 향후 장학재단으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백운기 원조호수삼계탕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가족들도 자연스럽게 기부가 몸에 배"…기부문화 확산 위한 홍보 필요= 백 대표는 자신이 아버지를 보고 나눔을 결심했듯 자녀들도 자신을 보고 나눔의 기쁨을 알게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는 "기부금액도 모르고 내용도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아이들도 아빠가 하는 기부 활동에 대해 인식을 하고 있다"며 "아이들에게도도 TV나 인터넷에서 접한 단체와 자매결연도 맺고 용돈을 받아 소액이라도 기부를 하도록 하는데 잘 따라줘 뿌듯하다"고 말했다. 자신이 아버지의 기부 활동을 보고 배운 것처럼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기부가 몸에 배는 것 같아 자랑스럽다는 설명이다.

나눔과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더 많은 홍보가 필요하다는 점도 역설했다. 백 대표는 "봉사와 기부, 나눔을 하고 싶어도 어떻게 하는지 몰라 못 하시는 분들이 많다"며 "기부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에 대한 더 적극적인 홍보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기부를 망설이는 사람들에겐 "금액은 중요하지 않고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을 위해 보탬이 될 수 있다는 마음과 실천이 중요하다"며 "나누면 나누는 대로 돌아온다는 것을 기부할수록 절실하게 느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