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우리 강아지 인공수정으로 임신 될까요?"

머니투데이

김미혜 송파에코동물병원장
정리=김주동 기자

기사와 직접 관련 없습니다. /사진=pixabay.com

"원장님께 조용히 말씀드릴 게 있다고 하시네요."

한 환자의 진료가 끝난 뒤 간호 선생님이 내게 말했다. 병원 대기실에서 한 손님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보호자 분을 진료실로 오시게 해 상담을 시작했다.

"제가 강아지 암수 한 쌍을 키우고 있는데요. 둘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닌데 몇 년이 되도록 임신이 안 되네요. 혹시 강아지도 인공적으로 임신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사실 좀 난감했다. 당시 암컷 나이는 5살 정도로 사람으로 치면 중년이 시작되는 때였다. 그런데 보호자 분은 간절하게 원하는 상황.

고심 끝에 시도해보기로 하고 보호자 분께 암컷이 발정 오면 알려달라고 한 뒤 때를 기다렸다.(암컷 강아지 발정은 6개월에 한 번 정도 온다)

수컷의 정액을 채취해 가임기 암컷에 넣어주는 시술을 진행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강아지들이 잘 따라줬다. 정액 검사 때 수컷의 정자는 밀도가 높고 활동성도 좋았다. 그래서 기대감도 컸다. 일단 주입은 잘 이루어졌다. 잘 되었으면….

3주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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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이 밥을 안 먹고 왠지 배가 불러오는 것 같다며 보호자가 강아지를 데리고 오셨다. 긴장되는 순간이다. 초음파 검사.

작은 아기집이 보였다. 이 인공수정은 성공이다. 정말 신기하게 배아가 자라고 있었다. 사람도 동물도 생명의 신비는 눈물 날 정도로 경이롭다. 새끼를 기다리신 지 오래돼서인지 보호자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생명을 잉태한 강아지도 대단하고 보호자도 기뻐하시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이었다. 수의사로서 참 보람된 순간이다.

동물의 임신이라고 하면 보통 암컷과 수컷의 직접 관계를 통한 것만 생각한다. 유럽에선 인공수정, 동결정액을 이용한 임신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돼지나 소, 말 같은 동물은 동결정액을 이용한 임신이 보편적이다. 생식기로 전염되는 질병을 감안하면 인공수정이 더 위생적인 면도 있다. 희귀동물의 경우 종의 보전이라는 측면에서 인공수정의 필요성도 있다.

요즘은 집에서 강아지가 임신하고 새끼 낳는 과정이 힘들기 때문에 임신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건강한 강아지를 낳을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다. 힘들지만 반려견의 임신이 늘면 소위 '강아지 공장'을 통해 분양이 이루어지는 문화도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지난 7월1일에는 관련해 긍정적인 소식이 있었다. 이날 정부는 '수의사법 시행령 개정안'을 시행했다. 동물의 자가진료는 소, 돼지 등 축산농가가 사육하는 가축만 가능케 하는 내용이 담겼다. 강아지 공장 같은 곳에서 발정 유도제를 쓰며 임신시키는 등의 동물학대를 막을 근거가 생긴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김미혜 수의사(송파에코동물병원장)

★팁: 　　1. 모든 동물병원이 강아지 인공수정을 하지는 않습니다.
　2. 임신을 원하는 강아지는 발정 시작일에 수의사와 상담 후 질도말 검사를 통해 교배 적기를 잡아 교배하는 것이 성공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3. 강아지 임신기간은 2달입니다. 이 때에는 영양가 높은 음식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