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문고리' 정호성 "모셔온 대통령 앞에서 무슨 말을…증언 거부"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사진=뉴스1

박근혜정부의 '문고리 권력'으로 불린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박근혜 전 대통령(65)의 재판에서 증언을 거부했다. 박 전 대통령과 처음으로 법정대면한 자리에서다.

정 전 비서관은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증인 선서를 요구받자 "오늘 이 자리에 나오기까지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제가 오랫동안 모셔온 대통령께서 재판을 받는 참담한 자리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며 "제가 도저히 감내할 수 없어서 증언을 거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증언을 전체적으로 거부할 수는 없다"며 "일단 (신문 사항을) 들어보고 하나하나에 대해서 증언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고 해서 선서까지 거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선서를 하고 신문 과정에서 증언 거부권 행사 여부를 본인이 판단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정 전 비서관은 일단 선서를 하고 앞서 언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는지를 묻는 질문엔 대답을 했다. 그러나 다른 질문에 대해선 "앞서 말했듯이 증언을 거부하고 기존 재판에서 증언과 진술을 많이 했다"며 "더 이상 오늘 이야기하지 않겠다. 다만 이미 이야기한 것에 대해서는 인정한다"고 했다.

정 전 비서관이 증언석에 앉아있는 동안 박 전 대통령은 피고인석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책상을 바라봤다. 안경을 쓴 채 방청석을 둘러보기도 했으나, 정 전 비서관 쪽으로는 시선을 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