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KAI 분식에 회계법인 가담 증거 없다"…삼일 '안도'

검찰이 한국항공우주 (52,800원 ▲300 +0.57%)(KAI)의 분식회계에 삼일회계법인이 가담하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분식회계 의혹으로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을 수 있었던 삼일은 안도하는 모양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현재까지 KAI 경영진이 저지른 분식회계에 삼일이 가담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 검찰은 하성용 전 KAI 대표를 분식회계 등 혐의로 구속하면서도 삼일을 공범으로 지목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수사팀 관계자는 "안진회계법인을 처벌했던 대우조선해양 사건과는 차이가 있다"며 "대우조선해양은 당시 동종업계와 비교를 해봐도 비정상적인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기 때문에 회계법인이 분식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던 상황"이라고 전제했다.

이 관계자는 "KAI는 비교할만한 회사가 없어 회사가 주는 자료에 의존해야 하는 회계법인이 분식을 알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삼일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얘기다.

KAI의 감사는 하 전 대표가 취임하기 이전부터 삼일이 맡아 왔다. 검찰은 하 전 대표가 이 기간동안 매출을 과대계상하는 등의 수법으로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본다. 분식회계가 의심되는 2013년 이후 삼일회계법인이 낸 KAI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모두 적정 의견이 적혀 있어, 삼일도 분식에 가담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검찰의 분식회계 수사와 함께 금융감독원의 특별감리도 진행됐다. 삼일로써는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검찰이 '삼일에도 책임이 있다'는 결론을 내놓으면 금감원 징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당사자에 대한 처벌 뿐만 아니라 회사 매출에도 큰 타격이 생길 수 있었다.

삼일은 지난해 504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이중 회계감사부문 실적은 1448억원이었다. 당국에서 징계 처분을 내릴 경우 500억원 이상의 매출 타격이 불가피했다. 앞서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에 연루된 안진은 금융당국으로부터 1년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아 국내 회계법인 2위에서 올해 업계 4위로 추락할 위기에 몰린 바 있다.

검찰의 수사와 금감원의 감리가 별개로 진행된다지만, 두 기관이 서로 다른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삼일은 분식회계 의혹에서 자유로워졌다고 보고 있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분식회계 수사는 사실상 끝난 것 아니겠느냐"며 "검찰도 향후 삼일보다는 KAI의 채용비리, 정관계 로비 등에 더 집중해 수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삼일은 2013~2016년 실적에 대한 정정공시를 하며 다시 적정 의견을 낸 것에 대해서 검찰은 "강제력을 가지고 수사하는 검찰과 회계법인의 판단은 다를 수 있다"며 "최종적 결과를 전문가들이 봐도 수긍할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