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전 대한제국 덕수궁에서 추석을 맞게 됐어요"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이경은 기자

10월22일까지 매주 토.일요일에 덕수궁에서 열리는 '대한제국 외국공사 접견례' 재현 행사. 이탈리아인인 리카드로씨도 출연하게 돼 특별한 경험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 사진제공=한국문화재재단

“작년에 한국인 친구 집에서 보낸 추석도 좋았지만 올해 추석에는 잠시나마 한국 궁궐에 머무르게 됐습니다. 관광객이 아니고 100년전 궁궐에서 있었던 바로 그 실제 잔치의 외국 손님으로 말입니다.”

올해 추석 주말을 한국의 덕수궁에서 맞게 된 이탈리아 유학생인 리카르도 페라레쏘(32)씨의 흥분섞인 기대다.

그는 9월16일부터 10월22일까지 열리는 ‘대한제국 외국공사 접견례’(문화재청 주최, 한국문화재재단 주관)에서 외국인 중 한명 역할을 맡고 있다. 이탈리아 초등학교에서 했던 연극 정도의 경력 밖에 없는 그는 재현행사에서 외국인 배역을 찾는다고 알려준 친구 덕에 지원하게 됐다. 올해로 8년째 진행되는 접견례는 대한제국 시기 외교 상황을 연극으로 재구성해 역사의 한 장면을 현재로 옮겨놓은 재현행사다.

리카르도는 ‘처음 공연 때는 실수라도 하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지만 첫 공연 이후로는 더 편안해지고 자신감이 생겼다’고 설명한다.

행사기간 매주 토요일 오후 2시30분에 행사가 진행되는 곳은 덕수궁 정관헌과 즉조당으로 함녕전 특별무대에서는 특별행사(10월12 ~ 15일, 즉위식)도 열린다.

리카르도에게 한국의 추석은 추억이 많다. 지난해에는 집으로 초대해준 한국 친구의 어머니가 송편을 빚는 자신에게 '예쁜게 빚은 송편을 보니 예쁜 딸을 낳겠다는 칭찬도 들었다’고 자랑했다.

외국인들이 외국공사 역할을 맡는다면 관람객들은 ‘한성외국어학교’(고종이 외국어교육을 위해 세운 교육기관) 학생이 되어 행사의 일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 실제로 공연에서는 역사교사로 유명한 최태성 별별한국사연구소장(10월1일, 15일, 22일 강의)과 박광일 여행이야기 대표(9월30일, 10월7일)가 외국어학교 선생님으로 강의도 진행한다.

행사는 고종이 미국, 프랑스, 영국 공사와 접견하는 내용이 펼쳐진다. 종로 민가에 전등을 다는 얘기,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에 출품돼 세계 각국에 놀라움을 안겨준 직지(인쇄물), 석조전 건립 등이 주된 화제다.

리카르도 “지난 설날에는 외국 여행을 떠나느라 한국에 머무르지 못 했지만 내년 설에는 꼭 한국의 겨울을 느껴보고 싶다”며 이번 공연이 좋은 추억이 될 것이라고 웃음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