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감자가 욕 한다고 팔 부러뜨린 교도관들…징계는 0명

구치소 교도관 여러 명이 수감자의 팔을 부러뜨린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단 한명도 징계를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CC(폐쇄회로)TV 영상은 삭제됐다.

교도관들이 수감자에게 상해를 입히는 사고는 극히 이례적이다. 수감자 폭행으로 교도관이 기소된 것은 2014년이 마지막이다.


10일 법무부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구치소 교정직 공무원들은 지난 5월 기결수 1명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이 수감자의 팔을 부러뜨려 전치 8주의 상완골 골절상을 입혔다. 기결수는 형이 확정돼 복역중인 수감자를 말한다.

이 재소자는 수감 중이던 지난 5월 '내부 규율 위반'으로 주의를 받자 이에 반발, "왜 나만 갖고 그러느냐"며 교도관에게 욕설을 했다. 교도관은 즉시 재소자 제압을 전담하는 '기동순찰팀'을 출동시켰다. 이른바 CRPT(Correctional Rapid Patrol Team)로 불리는 기동순찰팀은 팀당 10명 안팎의 무술 유단자들로 구성돼 있다.

기동순찰팀은 즉각 이 수감자를 복도로 불러냈고, 여러 명의 팀원들이 수감자에게 한꺼번에 달려들어 움직이지 못하도록 제압했다. 수감자가 반항하면서 몸싸움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수감자의 팔이 부러졌다. 이 수감자는 교도관 여러 명이 자신을 집단 폭행했다며 구치소 측에 거세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법무부는 이 사건을 보고 받고 서울지방교정청 보안과를 통해 관련자 전원을 조사했다. 그러나 수감자에게 상해를 입힌 기동순찰대원을 비롯해 관련 교정공무원들 중 누구에게도 상해 또는 직권남용 등 혐의로 징계나 고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조사를 마무리했다. 지난 2014년 수감자를 폭행한 서울구치소 교도관이 재판에 넘겨져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것과 대조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교도관들이 해당 재소자의 팔을 부러뜨린 것이 아니라 재소자가 반항하면서 우발적으로 부러진 것"이라며 "구치소 내 기본적인 규율을 어긴 재소자가 교도관에게 욕설 등을 하는 등 위협적인 행위를 해 제압하려 한 것이고 이 과정에서 재소자가 힘을 주고 버티면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재소자가 어떤 규율을 어겼는지 △재소자가 교도관을 상대로 취하려 했다는 '위협적인 행위'가 무엇인지 △몇명의 기동순찰대원이 제압에 참여했는지 △기동순찰대가 휴대 중이던 보안장구를 사용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밝히길 거부했다.

또 사고 당시 CCTV 영상 파일에 대해 법무부는 "보관 기간이 지나 삭제됐다"고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자체 조사 과정에서 CCTV 영상은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면서 "재소자끼리의 폭행은 형사사건이지만 (교도관이 재소자를 상해한) 이 건은 형사사건이 아니라고 보고 이를 다운로드 받아둘 이유를 찾지 못했다. CCTV는 행정적인 목적에서 설치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희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통상 재소자를 제압할 때 기동순찰팀 여러 명이 동원되지만 상해에 이르는 사건은 드물다"며 "필요 최소한의 물리력이 가해졌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법이 규정한 정당한 공무집행의 한계를 벗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형집행법) 제100조는 교도관들이 수용자들에게 제한적으로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으나 강제력 행사가 필요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