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만의 美 대통령 국빈방문'에 담긴 외교전략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빈'으로 방한한다. 미국 대통령으로는 25년 만이다. 사실상 최고예우로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하는 것은 일종의 외교전략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강력한 연결선을 바탕으로 북·미대화 국면과 같은 정세 급변에 대비한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다음달 한국을 국빈방문한다. 외빈에 따라 △국빈방문 △공식방문 △실무방문 △사적방문으로 형태가 나뉘는데, 이 중 가장 높은 예우가 국빈방문이다. 국빈방문은 대통령 임기 중 나라별로 1회에 한해 허용될 정도로 그 진행에 있어 신중을 기하는 형태다.

의전도 최상급으로 이뤄진다. 세부적인 내용은 양국 간 조율을 거쳐 확정되겠지만 문 대통령이 직접 영접에 나서고 특별예복을 입은 공식 만찬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항 도착 및 출발 때는 장관 또는 차관급 인사가 환영·환송에 나서고 예포를 쏘는 환영식이 이뤄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회에서 연설을 하는 일정도 이미 확정됐다.

미국 대통령의 국빈 방한은 1992년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1993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이후 미국 대통령은 주로 공식방문 혹은 실무방문의 형식으로 방문했다. 문민정부 출범 이후 의전 간소화 기조가 강해진 영향이다. 보여주기 방식의 '의전' 보다는 정상회담의 실질적인 '성과'를 강조하는 실용적인 흐름이 양국 정상회담 세팅에 이어져 왔다.

청와대 측은 25년 만에 이례적인 선택을 한 이유에 대해 "우리 나라 최고 손님으로 예우한다는 의미"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동맹 강화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며 "우리가 국빈으로 초청을 했고, 수락을 해 양국의 견해가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아주 쉬운 질문이지만 굉장히 (답을 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최우방국인 미국의 정상에 대해 예우를 다한다는 측면에서 '쉬운 질문'일 수 있지만, 그 이면에 더 복잡한 이유가 있음을 시사한 듯한 설명이었다.

우선 한·미 간에 산적한 이슈들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에 극진한 예우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된다. 북핵 문제 외에도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상태다. 특히 문 대통령은 핵 추진 잠수함의 도입을 미국 측에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무게감있는 현안이 쌓여있는 상태에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예우를 극대화한다고 해서 나쁠 게 없다는 계산이다.

다만 25년 만의 국빈방문은 산적한 현안 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측면도 있다. 한·미 양국 간에 현안이 쌓여있지 않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 문제와 양국 간 통상 문제는 언제나 존재해온 이슈임이 분명하다. 이례적인 국빈방문의 이유로는 약하다는 평가다.

보다 전략적 차원에서 국빈방문을 해석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트럼프 행정부와의 신뢰 쌓기에 외교정책의 우선순위를 줄곧 둬 왔다. 당선 이후 첫 해외 일정도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한 방미였다. 한·미동맹의 발전을 강조했고, 국내 민주진영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압박과 제재를 할 때"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100% 동의한다는 입장을 거듭 피력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핵의 해결을 위한 주체는 미국이 돼야 한다"고 일관되게 언급해왔다. 북한의 핵개발이 6차례나 진행돼 오며 북·미대화로 국면이 전환될 가능성 역시 주시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북핵의 직접적 당사자인 우리나라가 대화 테이블의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공조를 최대한도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코리아패싱' 논란이 한창일 때 청와대 관계자는 이를 일축하며 "문 대통령이 가장 먼저 방미를 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우호관계를 확인한 것부터 다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양국 간 신뢰의 인계선을 촘촘히 해 대북정책에 있어 한국의 입김을 반영하게끔 만들겠다는, 대화 국면에서 한 자리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이같은 차원에서 이번 '25년 만의 국빈방문'도 해석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