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의 적자' 기아차, 잔업 중단…통상임금 여파 최소화

기아자동차가 통상임금 판결의 여파로 올 3분기 10년 만의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에서는 흑자를 냈지만 통상임금 판결 관련 충당금이 1조원가량 반영되면서 손실로 돌아섰다. 기아차는 통상임금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잔업을 중단하고, 특근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4371억원 흑자가 통상임금 판결로 적자 전환= 기아차 (114,900원 ▲2,200 +1.95%)는 27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컨퍼런스콜에서 지난 3분기 4270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통상임금 판결 관련 비용이 9777억원이나 반영됐다. 기아차가 분기 손실을 낸 것은 2007년 3분기 이후 10년 만이다.


지난 8월 3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는 "상여금, 중식대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4223억원의 지급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판결 금액은 4223억원이지만 대상을 기아차 전체 인원으로 확대하고, 소송 제기기간에 포함되지 않은 5년10개월분이 추가되면서 충당금이 크게 늘었다.

한천수 기아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통상임금 관련 비용은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에 반영된 금액이 약 8640억원이고, 나머지는 지연이자 등으로 영업외비용에 반영됐다”며 “충당금을 제외하면 3분기 영업이익은 4371억원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올 3분기 반영된 충당금은 향후 소송의 결과에 따라 다시 이익으로 환원될 수 있다. 한 부사장은 "최근 동일소송에 대한 타사 상금팜 판례를 감안할 경우 1심에서 인정되지 않았던 신의칙 인정을 통한 승소를 기대할 수 있다"며 "또 상급심에서 비용 축소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기아차는 통상임금 판결 관련 비용이 대부분 잔업과 특근에서 비롯된 만큼 잔업을 중단하고 특근을 최소화해 임금인상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대비할 계획이다. 기아차는 현재 8+8 근무 전환으로 잔업은 이미 폐지됐고, 지난 9월부터 특근도 중단한 상황이다.

한 부사장은 "향후 공급 부족 이슈가 발생하는 차종에 대해서만 제한적 특근 시행을 통해 재고 안정화와 인건비 상승을 억제할 계획”이라며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지속적인 노사 협의로 새 임금체계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美 中 부진 지속…친환경차 라인업 강화= 통상임금 관련 손실을 제외하더라고 기아차의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7% 감소했다. 앞서 1분기(-39.6%), 2분기(-47.6%)와 비교하면 감소폭이 크게 줄었으나 실적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기아차의 올 1~9월 누계 경영실적은 △매출액 40조5300억원 △영업이익 3598억원 △당기순이익 8632억원이다. 매출은 1.8% 늘었으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81.4%, 64.5% 줄었다. 전체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6.6% 감소한 205만1985대를 기록했다.

기아차의 실적 부진은 지난 3월부터 가시화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의 영향으로 인한 중국 시장 판매 부진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중국에서만 글로벌 전체 판매 감소분(14만6000여대)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의 판매량(17만7000여대) 감소가 발생했다.

주요시장인 미국에서도 판매가 6.9% 줄었다. 한 부사장은 “미국에서 재고 축소를 위한 인센티브(할인) 확대가 3분기 영업이익 감소의 주요원인으로 작용했다”며 “4분기 ‘스팅어’를 북미 시장에 내놓고, 내년 볼륨모델인 ‘쏘렌토’와 ‘K5’ 개조차, ‘쏘울’ 신차 등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친환경차 보급 정책에도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중국은 2019년부터 신에너지차 판매 비율을 10%로 의무화할 계획이고, 유럽은 2021년 이산화탄소 평균 배출량을 1km 당 95g 이하로 제한할 계획이다.

기아차는 차세대 파워트레인인 ‘스마트 스트림’을 2018년 유럽전략 차종인 ‘씨드’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또 현재 6개 차종인 친환경차 라업업을 2020년 14개 차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한 부사장은 “‘스포티지’, ‘쏘렌토’ 등 SUV 차급에서 친환경차 라인업 보강을 준비 중”이라며 “내년에는 1회 충전시 주행거리를 380km로 늘린 ‘니로 전기차’를 출시해 빠르게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