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추행혐의' 김준기 前 회장 체포영장 신청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김준기 전 동부회장 /사진=뉴시스

경찰이 추행 혐의를 받는 김준기 전 동부그룹 회장(73)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한다.

정창배 서울지방경찰청 차장(치안감)은 13일 서울 종로구 내자동 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김 전 회장에 대한 체포영장 신청을 오늘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건을 맡은 서울 수서경찰서는 3차례에 걸쳐 출석 요구서를 전달했지만 김 전 회장은 지병 치료를 이유로 경찰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김 전 회장은 현재 간과 심장, 신장 등의 치료차 미국에 머무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미국 현지 의사의 의견서를 김 전 회장 측에서 보내왔는데 치료에 시간이 걸려 빨라야 내년 2월에 귀국할 수 있다는 내용"이라며 "경찰 입장에서는 체포영장 신청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경찰이 체포영장을 신청하면 검찰의 검토를 거쳐 법원에 청구가 이뤄진다. 법원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되면 김 전 회장은 공항 입국과 동시에 경찰에 체포될 수 있다.

경찰은 국제공조를 통한 미국 현지 체포도 검토한다. 경찰 관계자는 "체포영장이 나오는 것을 봐서 후속으로 검토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의 체포영장 신청에도 김 전 회장 측은 당장 귀국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 전 회장 측 관계자는 "의사의 허락을 얻으면 귀국해 수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회장은 1차 출석 요구에는 경찰에 구두 설명한 후 불응했고, 2차와 3차 출석 요구에는 '신병 치료차 미국에 있기 때문에 출석할 수 없다'는 내용의 불출석 사유서를 보냈다.

김 전 회장은 자신의 비서로 근무하던 A씨(31)로부터 강제 추행 혐의로 피소된 상태다. A씨는 김 전 회장이 자신의 신체를 강제로 만졌다며 지난달 경찰에 김 전 회장을 고소했다.

경찰이 김 전 회장의 신병을 확보한다고 해도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 진상 규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 전 회장을 고소한 A씨는 올해 2~7월 동안 김 전 회장이 자신의 신체 부위를 수십 차례 강제로 만졌다고 주장한다. A씨는 자신의 스마트폰 등에 담긴 영상과 녹취록을 경찰에 증거물로 제출했다.

김 전 회장 측은 두 사람의 신체 접촉은 있었지만, 강제 추행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오히려 A씨가 이를 빌미로 브로커를 이용해 100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요구해왔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고소를 당한 사실이 알려진 이후 9월 21일 동부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