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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나인’, 양현석이 말하는 성공

강명석 ize 기자 |입력 : 2017.11.1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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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나인’, 양현석이 말하는 성공
“왜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지? 이유를 말해보세요.” YG 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가 JTBC ‘믹스나인’에서 한 말이다. 자신이 제작할 그룹의 멤버들을 뽑는 이 프로그램에서, 그는 오디션 참가자들에게 구체적인 평을 하지 않는다. 한 출연자의 춤을 보고 나서 “어깨를 못 쓴다”고 말하는 정도다. “(그룹명이) 보너스 베이비니까 보너스로 모시고(합격시키고) 갈게요.”라며 합격시키거나, 실력 이전에 타 오디션 프로그램 경력이 있다는 이유로 불합격시키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는 참가자에게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를 말하라고 한다. 설명은 없는데 평가는 독하니 논란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지난 4일 ‘믹스나인’에서 참가자들에게 한 독설들은 논란이 됐고, 양현석 대표는 한 참가자와 다시 만나 격려하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아마도 그의 심사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그는 다음과 같은 해시태그를 올렸다. ‘#관심이있어야독설도가능’, ‘#심사는냉정하게’

SBS ‘K팝스타’에서 심사위원을 했을 때, 그는 지금처럼 독설을 하지는 않았다. 20대 후반이 된 참가자라고 해서 “은퇴할 나이인데 뭐 한 거예요?”라거나, 참가자가 활동한 팀이 망했다고 해서 “어쨌거나 망한 거잖아”라는 반말투의 말을 하지도 않았다. 이유는 알 수 없다. 다만 그는 ‘K팝스타’보다 ‘믹스나인’에서 더 걸어야 할 것이 많다. ‘K팝스타’는 우승자가 심사위원들이 있는 회사 중 한 곳을 선택하는 것을 제외하면, 심사위원이 참가자를 캐스팅하지 않아도 된다. 대부분 1명 또는 2명이 함께 출연하니 음반을 제작하게 된다 해도 YG 엔터테인먼트 같은 회사에 큰 부담이 될 것은 아니다. 반면 ‘믹스나인’ 종영 후에는 아이돌 그룹을 제작해야 한다. 아이돌 그룹은 멤버 숫자뿐만 아니라 많은 회사의 매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당연히 경쟁과 투자가 따른다. 게다가 YG 엔터테인먼트에서 지난 몇 년 사이 데뷔시킨 아이콘, 위너, 블랙핑크는 빅뱅과 2NE1과 같은 자리에 올라섰다고 할 수 없다. ‘K팝스타’가 방영 기간 동안의 시청률이 중요한 예능 프로그램이었다면, ‘믹스나인’은 프로그램보다 그룹을 성공시키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오디션을 예능 프로그램으로 만든 것에 가깝다.

실제 오디션이라 해서 독설을 날릴 필요는 없다. 그러나 양현석 대표는 지난 20년 이상 ‘데뷔의 달인’이었다. 처음 제작한 그룹 킵식스를 제외하면 데뷔 당시 큰 주목을 받았다. 위너, 아이콘, 블랙핑크도 데뷔 당시 음원 차트 1위를 기록했다. ‘#관심이있어야독설도가능’과 ‘#심사는냉정하게’는 그가 자신의 성공을 가능케 한 기준의 하나일 것이다. 회사의 미래가 걸린 사업의 시작점에서 그는 자신의 성공을 가져온 방식들을 바꿀 생각이 없어 보인다. ‘믹스나인’에서 양현석 대표의 독설은 왜 편집하지 않았는지 의아할 만큼 심한 수준까지 나왔고, 그 결과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그때 양현석 대표는 독설을 쏟아낸 출연자를 합격시키곤 한다. ‘#관심이있어야독설도가능’과 ‘#심사는냉정하게’는 ‘믹스나인’의 숨은 룰이기도 하다. 양현석 대표는 자신만이 알고 있는 기준을 밀어붙여서 필요한 참가자들을 골라내고, ‘믹스나인’은 그것이 결국 좋은 결과를 위한 선택이었음을 증명하려 한다. ‘믹스나인’의 한동철 PD는 역시 자신이 연출한 Mnet ‘프로듀스 101’에서 이른바 ‘어그로’를 끈 뒤 참가자들이 결국 이를 극복하거나 인지도를 얻는 결과로 이런 편집이 필요악이라는 설득을하기도 했다.

그러나 ‘프로듀스 101’의 ‘어그로’는 참가자의 캐릭터나 참가자들 사이의 관계에 관한 것이었다. 반면 ‘믹스나인’의 논란은 시청자 투표 전까지 모든 권한을 쥔 심사위원이자 프로그램 제작자로부터 나온다. 곧 제작할 팀을 위한 오디션을 보는 과정에서 나오는 독설을 연출자가 편집하지 않고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은 과거의 서바이벌 오디션보다 더 적나라한 기획사 오디션의 민얼굴을 봤다. 참가자의 발전을 위한 조언은 거의 없고, 참가자는 인신공격성 비난을 듣기도 해야 한다. 그리고 ‘믹스나인’의 참가자들은 대부분 현재의 소속사에서 데뷔가 어렵거나, 데뷔에서 실패를 맛봤다. 그들에게 양현석 대표는 소속 뮤지션들을 모두 성공적으로 데뷔시켰다는 사실만으로도 절대적인 존재에 가깝다. 갑과 을이라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차이가 나는 심사자와 참가자의 관계에서 참가자는 무슨 말이든 들어야만 한다. 대중에게 즐거움을 주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도전자들이 성공하려면 심사 기준조차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는 사람의 말을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방송된다. 그리고 그와 연출자는 모두 이것이 성공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정말 성공하려면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하는가. 그리고 시청자들은 굳이 그것을 보며 이해해야 하는가. 이런 상황에서 시청자들이 느낄 감정은 분노 섞인 호기심일까, 아니면 환멸일까. 그것이 ‘믹스나인’에 대한 반응을 결정할 것이다. 물론 ‘믹스나인’과 이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한 팀의 성공은 또 다른 문제다. 양현석 대표는 이번에도 성공적인 데뷔를 시킬 수도 있다. 다만 한 가지 의문. 그 성공이 이렇게까지 ‘양현석의 오디션’을 드러내야만 이룰 수 있는 것이라면, 그 성공이란 대체 무엇일까. 그리고 그 성공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아이돌에게 대체 무엇을, 어디까지 바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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