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하이일드 채권 냉각기류… 증시 경고등 되나

최근 하이일드 채권(정크본드를 포함한 고수익회사채) 가격 하락세가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전반적인 위험선호 분위기가 둔화되고 있다. 하이일드 채권은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이라 일각에선 하이일드 채권 하락세가 주식시장 하락의 전조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 촤대 정크본드 ETF(상장지수펀드) 가격도 7개월래 최저치로 하락했다. 자산운용사 스테이트스트리트의 130억달러 규모 'SPDR 블룸버그 바클레이즈 하이일드 본드 ETF'(JNK)와 블랙록의 190억달러 규모 '아이셰어즈 아이복스 달러 하이일드 회사채 ETF'(HYG)는 7개월 저점으로 떨어진 것이다.

자산운용사 스테이트스트리트의 130억달러 규모 'SPDR 블룸버그 바클레이즈 하이일드 본드 ETF'의 최근 한달간 가격 추이. /사진=블룸버그

새로운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군드라흐는 지난 8일 자신의 트위터에 "정크본드 ETF가 6일 연속 떨어져 7개월 만에 거의 최저로 밀렸고, S&P500은 지난 6일 중에 5일 동안 올라 사상 최고를 이어갔다. 어느 자산이 옳은 것일까'라고 물었다. 군드라흐는 "여느 때와 같이 JNK가 맞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크본드의 경고가 옳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근 정크본드 시장에 대한 매도 압력은 통신 등 일부 업종에 제한됐으나, 그간 강세장에서 하이일드 채권이 투자자들에게 워낙 고수익을 안겨줬기 때문에 최근 약세는 이들을 시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개월간 정크본드 가격은 단 석달만 하락했고, 하락폭도 0.4% 미만이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올해 증시의 랠리와 함께 미국과 유로존을 비롯한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 랠리도 동반했는데 통상 증시와 하이일드 채권 시장이 높은 양의 상관관계를 보여왔던 만큼 (최근 하이일드 채권 가격 하락에) 시장이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세제개혁 관련 불확실성도 하이일드 채권에는 악재다. 김민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신용스프레드가 소폭 확대되고 있다"면서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라 채권금리가 상승하고 향후 세제개편에 따라 이자비용 공제가 축소될 경우 상대적으로 하이일드시장 위축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스프레드는 회사채 신용등급 간 금리격차를 말한다. 신용등급이 다른 회사채간에 얼마나 금리차가 나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신용스프레드가 커졌다는 것은 기업들이 자금을 빌리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정크본드 시장 투매가 제한적일 것이란 시각도 있다. 특히 스프린트와 T모바일의 합병 논의 중단이 정크본드 시장에 미친 파장이 컸던 만큼 일부 업종에 한정된 우려라는 설명이다. HYG의 경우 통신 섹터 비중이 25%를 차지한다.

군드라흐 역시 JNK가 맞다는 트윗을 날리기 이틀 전 "JNK가 200일 평균이동선을 하회했던 지난 6번의 경험에서도 JNK는 재빨리 반등했다"면서 "자산시장의 건전성을 보기 위해선 신중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실제로 하이일드 채권의 대표 ETF인 JNK와 HYG는 가격이 7개월래 저점에 가까워졌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16일(현지시간) 각각 0.93%, 0.98% 급등했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채권부문 파트장은 "최근 신용스프레드 확대는 위험선호 현상에 그렇게 긍정적인 시그널은 아니"라면서도 "현재는 하이일드 채권에 리스크 프리미엄이 거의 다 반영된 상태여서 최근 하락세는 추가 수익을 볼 수 있느냐에 대한 반응일 뿐 본격적으로 가격이 무너지고 있다고 보기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채권 시장이 약세를 보이는데 연동해서 하이일드 채권도 같이 움직이는 정도"라며 "과열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