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쿠데타 부른 영부인 '구찌 그레이스'는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93, 왼쪽)과 그의 아내 그레이스 무가베(52) 여사. /AFPBBNews=뉴스1

짐바브웨 집권당인 짐바브웨아프리카민족연맹-애국전선(ZANU-PF)의 10개 지역조직 중 8곳이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93)의 사임을 촉구하는 등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정국을 야기한 영부인 그레이스 무가베 여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8일 국영TV, 짐바브웨 인디펜던트 등 외신에 따르면 집권당 지역조직 대부분이 이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면서 군부 쿠데타 이후 사임을 거부하고 있는 무가베 대통령에게 상당한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93, 왼쪽)과 그의 아내 그레이스 무가베(52) 여사. /AFPBBNews=뉴스1

◇짐바브웨 독립 영웅으로 37년째 권력 쥔 무가베, 왜 위기 왔나
정국 위기는 무가베 대통령이 부인인 그레이스 여사(52)를 후임으로 앉히기 위해 지난 6일 에머슨 음난가그와 부통령(75)을 전격적으로 해임하면서 촉발됐다.


음난가그와 부통령은 짐바브웨 독립영웅 출신으로 군의 지지를 받으며, 유력한 차기 대통령으로 꼽히던 인물이다. 군부를 이끄는 콘스탄틴 치웬가 장군(61)은 곧 반발했고 지난 14일 쿠데타가 발생했다.

그레이스 여사는 그동안 수차례 권력에 대한 야욕을 드러낸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짐바브웨 쿠데타를 이해하려면 그레이스 여사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지난 7월 그레이스 여사는 무가베 대통령과 함께 참석한 공개행사에서 "당신의 다음 주자가 누구인지 직접 묻겠다. 우리에게 말해달라"고 무가베 대통령을 압박했다. "내가 대통령이 되기를 원한다는 말이 나오는데, 그러면 안되나? 나는 짐바브웨 사람이 아닌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그레이스 무가베 여사. /AFPBBNews=뉴스1

◇'사치와 탐욕의 아이콘'… 41살 연하 '구찌 그레이스'
그레이스 여사는 무가베 대통령보다 41살 연하로, 26년 전 두 사람이 첫 만날 당시 내각부의 타이피스트(타자수)였다.


당시 무가베는 이미 유부남이었고 그레이스 역시 공군 장교와 결혼한 유부녀였지만 두 사람은 개의치 않았다. 두 사람은 불륜으로 아이 두 명을 낳았고, 무가베의 아내 샐리 여사가 암으로 숨진 뒤 4년 뒤인 1996년에 결혼식을 올렸다. 샐리 여사는 독립투쟁의 동료로 혁명 영웅이었기 때문에 국민은 그레이스를 탐탁지 않게 본 게 사실이다.

영부인이 된 그레이스 여사는 낙농장과 건물, 고아원, 넓은 토지 등을 소유하고 있다. 그의 가족도 10개가 넘는 농장을 갖게 됐다. 그레이스 여사는 재력을 바탕으로 초호화 저택, 고급 차량, 수많은 보석을 소유하고 있다.

이런 사치 쇼핑 행각으로 '구찌(Gucci) 그레이스'라는 별명도 얻었다. 영국 런던의 고급 백화점인 해러즈를 방문했을 때는 셔터를 내리고 혼자 쇼핑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쇼핑할 때는 1시간에 1억원을 썼고, 결혼 20주년 선물로는 16억원짜리 100캐럿 다이아 반지를 주문한 바 있다.

한편 가택 연금 중인 남편 무가베 대통령과 달리 그레이스 여사의 행방은 현재 확인되지 않았다. 해외로 도피했을 것이란 추측만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