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대처' 메르켈의 위기…'자메이카연정' 결렬, 이후 승부수는?(종합)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9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4당 연정 협상이 결렬된 뒤 회견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4당 연정 협상이 결렬됐다. 메르켈 총리와 독일, 더 나아가 유럽의 미래에도 그림자가 드리웠다. 최악의 경우 독일이 총선을 다시 치를 수 있는데 이 경우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세를 더 불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이날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에 자유민주당(FDP), 녹색당을 아우르는 4당 연정, 이른바 '자메이카 연정'을 구성하기 위한 막판 협상에 나섰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FDP 대표는 이날 자정을 앞두고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그는 협상 주체들이 신뢰와 공감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며 "잘못 다스리느니, 안 다스리는 게 낫다"고 밝혔다.


'자메이카 연정'은 각 당의 대표색 조합이 자메이카 국기와 같다는 이유로 붙은 이름이다. 독일 중앙정치 무대에서는 한 번도 시도된 적이 없다. 올여름 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자메이카 연정이 실현되면서 메르켈 총리가 가능성을 타진해왔다.

지난 4주간 데드라인을 연장하며 이어진 마라톤 협상 끝에 이날 12시간에 달하는 막판 협상을 벌였지만 난민, 에너지 정책 등을 놓고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친기업 성향인 FDP와 좌파 성향인 녹색당의 간극이 컸다고 한다.

메르켈 총리는 협상 결렬에 대해 "과도 총리로서 이 나라가 향후 몇 주간 어려운 시기를 잘 견뎌내도록 할 바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20일에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과 향후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9월 총선에서 승리하며 4연임에 성공했다. 독일에서는 가장 긴 16년 집권 기록을 세우게 됐다. 그러나 독일은 총선 이후 여태 내각을 구성하지 못한 채 과도정부 체제로 남아 있다.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메르켈 총리의 연정 협상이 계속 겉돌았기 때문이다. CDU·CSU 연합은 지난 총선에서 약 33%의 득표율로 승리했지만 이는 1949년 이후 최악의 성적으로 기록됐다. 지난 정부에서 함께 대연정을 꾸린 사민당(SPD)도 4년 전보다 득표율이 5%포인트가량 낮았다.

그 사이 2013년 데뷔한 AfD는 약 13%의 득표율로 제3당으로 부상했다.

전문가들은 메르켈 총리에게 남은 선택지를 3개로 본다.

우선 SPD와 다시 대연정을 추진할 수 있지만 이는 이미 물 건너간 카드나 마찬가지다. SPD는 이미 지난 9월 총선 이후 제1야당의 길을 택했다. 마틴 슐츠 SPD 대표는 이날 대연정 가능성을 재차 일축했다.

메르켈 총리가 소수 정부를 꾸려 의회 장악을 포기할 수도 있다. 독일에서 소수 정부는 2차 대전 이후 처음이 된다. 이 경우 메르켈 총리는 주요 정책 입법에서 야당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리더십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AfD의 공세로 메르켈 총리가 주도해온 유럽연합(EU) 통합 강화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나머지 선택지는 조기 총선을 치르는 일이다.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다시 치를 수 있다. 문제는 새 선거로 정치권의 교착상태가 풀릴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가 지난 9월 총선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연정 협상 실패로 조기총선에서 AfD가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전했다.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을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융시장에선 유로화 약세가 두드러졌다. 20일 오전 아시아 외환시장에서는 메르켈 총리의 연정 구성 실패 소식이 전해진 직후 달러 대비 유로화 값이 0.7% 급락했다. 한국시간 오전 10시53분 현재 달러/유로 환율은 전장대비 0.42% 내린 1.1741달러를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