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도, 황금연휴도 없는 국가안보실…외시·군·학자 조화

국가안보실은 최근 가장 바쁜 청와대 조직이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여름 휴가도 반납했다. 추석 황금 연휴에는 북한 도발 가능성 때문에 국가안보실 직원들이 평상근무 체제를 유지했다. 외교·안보 이벤트도 줄곧 이어졌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경계는 기본이다. 문 대통령의 방미·방러,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 UN 총회 참석, 동남아시아 순방 등을 준비했다. 다음달에는 문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예정돼 있다. 내년 초 인도 방문도 추진한다. 눈코 뜰 새 없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이같이 바쁜 국가안보실의 지휘자가 정의용 실장이다. 정 실장은 외무고시 5회로 주제네바 대사 등을 역임했다. 한-칠레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주도한 다자외교 및 통상 분야 전문가다. 최초의 비군인 출신 국가안보실장이기도 하다. 온화하고 꼼꼼한 스타일이지만 추진력이 강하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외교싱크탱크인 ‘국민아그레망’의 단장을 맡아 새 정부에서의 활약을 예고했었다.

다자외교를 지론으로 하는 문 대통령과 코드가 일치한다. 정 실장이 지난 6개월 동안 추진해온 외교안보 정책 기조는 ‘한·미 동맹 기반의 다자외교’와 ‘국제사회의 북핵해결 주도와 한국의 한반도 평화 주도’로 요약할 수 있다. 안보 분야 경험이 부족하고 이른바 북미(北美)라인이 아니어서 지나치게 이상적인 정책을 추진한다는 비판도 들었다. 이른바 ‘코리아패싱’ 논란이 대표적이다. 다만 정 실장은 “코리아패싱은 없다”며 뚝심있게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중국과의 관계회복 등을 성과로 내놓는 중이다.


정 실장 직속에 있는 권영호 국가위기관리센터장(비서관)은 24시간 안보·위기 상황 워치독 역할을 한다. 국가위기관리센터는 국정상황실(대통령비서실)의 업무 상당 부분을 가져와 재난 대응 등과 관련 그 역할을 확대했다. 지난 15일 포항 지진 당시 동남아 순방을 마치고 공군1호기편으로 귀국하던 문 대통령에게 위성전화를 걸어 상황을 알린 것도 권 센터장이었다. 권 센터장은 박근혜 정부 때부터 직을 유지 중인 유일한 비서관이기도 하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을 역임하며 국방·안보 문제를 다루는 국가안보실 1차장에는 이상철 차장이 활약하고 있다. 이 차장은 육사 38기로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국방부 군비검증통제단장과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대표 등을 지냈다. 특히 북한과 직접 대화 일선에 나선 경험이 있는, 남북군사회담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손꼽힌다. 외무부 출신의 정 실장을 보좌할 수 있는, 안보 분야 실무 경험이 뛰어난 인사인 셈이다.

1차장실에는 권희석 안보전략비서관, 김도균 국방개혁비서관, 최종건 평화군비통제비서관이 자리하고 있다. 외무고시(권희석), 군(김도균), 학자(최종건) 출신들이 균형을 이뤘다. 안보전략을 보좌하는 권희석 비서관은 외교부 군축비확산과장 등을 역임한 군축전문가다. 육군 준장 출신인 김도균 비서관은 북한통이면서 국방부 정책기획차장도 역임해 국방개혁 추진의 적임자라는 평가다. 최종건 비서관은 연세대 교수 출신으로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를 필두로 한 ‘연대 정외과 사단’의 막내 격이다. 대선 때부터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 ‘브레인’ 역할을 했다.


외교·통일 정책을 다루는 국가안보실 2차장에는 남관표 차장이 포진했다. 남 차장은 외시 12회로 주스웨덴 대사 등을 역임했다. 정 실장 처럼 북미라인이 아니라 다자외교를 선호하는 이른바 ‘자주파’에 가까운 인사다. 원칙주의자 스타일인 남 차장은 특히 대중관계 개선에서 큰 역할을 했다. 중국의 쿵쉬안유 외교부 부장조리와 지난 8월부터 수차례 접촉하며 양국 관계개선 테이블을 세팅했다.

2차장실에는 신재현 외교정책비서관, 이덕행 통일정책비서관, 박웅 정보융합비서관, 서상훈 사이버안보비서관이 호흡을 맞추고 있다. 특히 외교정책을 보좌하는 신재현 비서관은 외시 21회로, 외교부 북미국장을 역임했다. 국가안보실의 유일한 북미라인 비서관으로 존재감이 크다. 이덕행 비서관은 통일부 대변인 등을 지냈으며 남북대화 업무에 능한 정책통이다. 박웅 비서관과 서상훈 비서관은 국정원 출신으로 역할과 성향 등이 베일에 싸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