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대 선출 하루만에 '서민경제·친노동자' 전면 내세운 한국당 혁신위

머니투데이

김민우 기자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가 13일 당내에 '서민중심경제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권고했다. 당의 혁신과 국회에서 활동하는 업무를 총괄하는 정당내 대표인 원내대표에 김성태 한국당 의원이 선출된지 하루만이다. 특히 이날 혁신위가 발표한 혁신안은 노동운동가 출신의 김 원내대표와 정책적 코드의 궤를 같이해 당혁신에 가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혁신위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민중심경제(나눔)와 관련해 △외국인 근로자 제한 및 서민 일자리 보호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제화 등 노동약자 중심 노동개혁 △호봉제 축소 및 공무원 임금피크제 도입 등 공공부문 고용 혁신 △부동산 임대료 상승률 제한 등 자영업 정상화 등의 과제를 당에 제안했다.

경제 성장의(키움) 관점에서 혁신위는 △4차 산업혁명 기반 투자환경 조성 강성 귀족노조 혁파와 고용 유연성 제고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혁, 경영권 보호 △기업 유턴 추진과 지역 고용 확대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산업금융시스템 혁신 △최저임금제 다양화 현실화 등 7가지 과제도 함께 제안했다.

다만 혁신위는 노동약자 중심 노동개혁 항목에서 "파업시 직장점거를 금지하고 대체 근로를 허용하되, 부당노동 행위는 엄벌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이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실현을 위해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지적했다.

한국당이 보수정당을 표방한다는 점에서 '분배'와 '서민중심정책'을 들고 나온 것은 의외라는 평가다. 이명박·박근혜정부 당시 한국당은 '비즈니스 프랜들리'를 표방하며 기업친화적인 정책을 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태를 겪으며 콘크리트 지지층이라 믿었던 보수 유권자들이 와해되고 분열되는 장면을 목격했다. "기득권, 엘리트정당의 이미지로서는 더 이상 힘들다"는 목소리가 내부에서부터 흘러나온 것도 이때부터 였다. 대선 당시만 하더라도 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대한민국은 보수가 60 진보가 40% 비율"이라며 자신해왔다. 이같은 믿음을 바탕으로 그동안은 보수가 내세우는 주요 정책과 가치에만 집중해왔다.

연 3%대 성장의 '뉴노멀'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현실인식도 작용했다. 혁신위는 이날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0년간 한국경제는 특유의 역동성을 잃고 연 3% 성장도 버거운 저성장 늪에 빠졌다"며 "성장과 분배의 균형발전 정신을 상기하며 키움과 나눔의 쌍끌이 경제 관점으로 정책 혁신안을 제안한다"고 배경을 전했다. 성장과 분배의 균형을 맞추는 전략으로 당의 이미지를 쇄신하고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김성태 신임 원내대표도 취임 후 포부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이땅의 모든 소외취약계층, 800만명의 비정규직 노동자, 최저임금 대상자 250만명, 장애인을 위한 정당이 될 것임을 여러분 앞에 밝힌다"며 "기득권, 엘리트정당 아니라 사회적 차별과 불평등에 신음하는 정당으로 새롭게 태어나겠다"고 밝혔다.

한국당이 표방하는 모델은 영국의 보수당이다. 김 원내대표는 "지주계급, 자본가, 귀족들로 만들어진 영국 보수당은 위기때마다 사회개혁과 친노동자 정책을 선택했다"며 "한국당의 큰 변혁은 영국의 보수당에서 배울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당이 진정 변하고 있는 것인지 정치적 수사에 그칠지는 아직 지켜봐야할 일이다. 다만 당대표도 원내대표도 혁신위도 모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만 하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어제부로 우리당이 금수저 정당에서 흙수저 정당으로 바뀌었다"며 "정책도 서민중심의 정책으로 다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