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수 삼성 前부회장, '이건희전' 저자에 항소심도 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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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2016.3.17/뉴스1 © News1 이종덕 기자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71)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75)의 삶을 다룬 책 '이건희 전(傳)'의 작가와 출판사를 상대로 명예훼손 등을 주장하며 소송을 냈지만 2심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고법 민사13부(부장판사 조한창)는 15일 이 전 부회장이 저자인 심정택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항소심 소송에서 이 전 부회장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평전이라는 건 사람의 일생에 대해 사실적 내용을 토대로 작가의 의견과 세간의 평가를 기재한 것이기에 좋은 내용만 담겨야 하는 게 아니다"라며 "비판적이고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는 내용이 기재되는 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전 부회장 같이 사실상 공인의 지위에 있는 사람은 그런 비판적인 평가도 감수해야 할 위치에 있다"며 "또 책의 주된 내용은 이 회장과 삼성이고, 정작 이 부회장에 대한 내용은 전체의 5~6페이지"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 전 부회장은 책의 내용이 허위라고 주장하지만, 그와 다르게 볼 여지가 충분하고 사실이라고 믿을 수 있는 상당함이 있어 허위라고 단정하긴 어렵다"며 "모욕적이거나 악의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삼성그룹 대외협력단 등에서 일했던 심씨는 지난해 3월 이 회장의 가계(家系)와 살아온 삶, 경영방식 등이 담긴 책을 펴내며 이 전 부회장에 대한 내용도 상당 부분 언급했다.

심씨는 책에서 삼성생명 소속 부동산팀이 이 회장의 개인 부동산을 사들이면서 2005~2006년 이 전 부회장의 강남 부동산 매입도 같이 추진한 것으로 알려진다고 했다.

또 이 전 부회장이 노무현 정부 때 주미대한민국대사를 지낸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68)을 삼성과 협상을 통해 2006~2007년에 총리로 만든다는 계획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심씨는 2008년 삼성특검에서 4조원대의 차명 비자금의 사용·배분과 관련해 이 회장과 이 전 부회장 사이에 의견 충돌이 생겨 이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면서 이 전 부회장의 재산이 5조원 정도라고도 했다.

이에 이 전 부회장은 책이 나온 한 달 뒤인 지난해 4월 책 속에 나오는 내용들이 모두 거짓이고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정정보도 및 위자료 3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 전 부회장은 2010년 삼성물산 고문을 끝으로 퇴사하기 전까지 그룹 내 2인자로 불렸다. 1971년 제일모직에 입사한 뒤 1990년대 초반부터 그룹 비서실장·구조조정본부장·전략기획실장 등을 지내며 이 회장을 가까이에서 보좌했다.